홍동옥 사장 조사뒤 김승연 회장 소환여부 결정
한화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17일 그룹 쪽이 계열사를 동원해 비계열사에 수천억원을 부당지원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그룹의 재무분야를 총괄해온 홍동옥(62) 여천엔시시(NCC)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홍 사장은 그룹 구조조정본부 부사장, 그룹 경영기획실 투자운영담당 부사장 등을 지낸 한화의 ‘재무통’으로, 그룹 전체의 자금사정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그룹 본사 및 계열사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한화그룹이 3~4년 전 계열사를 동원해 비계열사인 유통업체 씨스페이스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부당지원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홍 사장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씨스페이스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한 경위가 무엇인지, 그룹 수뇌부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씨스페이스는 1989년 한화유통(현 한화갤러리아)이 출자했다가 독립한 회사로, 검찰은 지난 5일 압수수색을 통해 이 회사의 회계장부 등을 확보한 바 있다.
수사 초기 검찰은 한화그룹 김승연(58) 회장이 차명계좌와 계열사들을 동원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집중 조사했지만, 수사를 진행하면서 거꾸로 그룹에서 비계열사로 자금을 부당지원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당 자금 지원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 적용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사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 회장의 소환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는 최상순(64) 그룹 부회장이 소환조사를 받아, 검찰 수사가 정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씨스페이스 지원에 대해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구조조정 차원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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