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의 ‘키맨’(핵심 인물)으로 지목됐던 홍동옥(62) 여천 엔시시(NCC) 사장의 구속영장이 3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따라 홍 사장을 구속한 뒤 김승연(58) 한화그룹 회장을 겨냥하려던 검찰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청구한 홍 사장의 구속영장을 심사한 서울서부지법 이우철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밤 11시께 “사실관계 자체에 대해선 (홍 사장이) 대체로 인정하고 있어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고,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돼 불구속수사 원칙에 따라 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홍 사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가량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심문)를 받았고, 법원은 6시간 동안 관련 서류를 검토한 뒤 기각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한화그룹이 1990년대 후반 이후 100% 차명주주 회사인 부평판지와 한유통, 웰롭 등 3곳에 9000억원을 부당지원하고, 2005년께 다시 계열사의 현금과 부동산 등 3300억원의 자산을 비계열사에 부당지원하는 과정에서 홍 사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홍 사장의 혐의가 김 회장의 혐의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으로 보고, 일단 홍 사장을 구속한 뒤 김 회장을 ‘압박한다’는 전략이었다. 또 검찰은 부당지원 받은 회사가 사실상 김 회장 일가의 회사라고 판단하는 만큼, 김 회장의 직접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김 회장을 추가 소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홍 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은 김 회장을 압박할 새로운 ‘지렛대’를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 관계자는 “영장 재청구 여부는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수사가 빨리 종결돼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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