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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떠드린 목도리 몇년 더 하시지” 눈물

등록 2010-12-07 20:21수정 2010-12-08 08:23

지난 6월 리영희 선생이 서울 인사동을 산책할 때 앵무새 한 마리가 날아들어 어깨 위에 앉자, 리 선생이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다.  김윤선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처장 제공
지난 6월 리영희 선생이 서울 인사동을 산책할 때 앵무새 한 마리가 날아들어 어깨 위에 앉자, 리 선생이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다. 김윤선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처장 제공
[리영희 선생 별세] 빈소 ‘조문객 행렬’
에세이스트 김현진씨 아쉬움
40년전 제자 찾아와 회상도
일본기자들 조의문 보내와

리영희 선생의 발인을 하루 앞둔 7일, 빈소가 차려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리 선생이 언론사에서 해직되고 한양대 교수로 갔을 때 첫 강의를 들었던 제자는 이른 아침 고인의 영전에 국화꽃을 올렸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72학번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조문객은 “참 독특한 분이셨다. 당시로서는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셨고, 학교에 계시면서 <전환시대의 논리>를 쓰셨다”며 “<8억인과의 대화> 집필을 준비하면서 제자들에게 자료 수집을 같이 하자고 권유도 하셨는데, 그때 함께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에구치 이쿠코 등 일본 <교도통신>의 서울특파원 출신 기자 4명은 조문을 대신해 일본에서 조의문을 보내왔다. 이들은 ‘리영희 선생님 영전’이라는 조의문에서 “서울특파원으로 선생님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고 격려를 받았습니다. 한국이 민주화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선생님은 언론인으로서 지식인으로서 투옥 등 수많은 고난을 받으면서도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우리에게 큰 감동이었습니다”라며 “선생님이 가시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고 이웃 나라 일본의 후배 언론인에게도 크나큰 손실입니다”라고 적었다.

김윤선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처장은 지난 6월 리 선생과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김 사무처장은 “6월에 선생님이 지팡이를 짚고 서울 인사동을 산책하는데 어디에서 앵무새 한 마리가 날아들어 선생님 어깨 위에서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며 “산책을 함께한 이들이 ‘새도 사람을 알아보는가 보다’라며 웃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출간된 <리영희 프리즘>의 저자로 참여했던 에세이스트 김현진씨는 조문 내내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지난 생신 때 비싼 실로 목도리를 떠다 드렸는데, 몇 년은 더 매실 수 있는 거였다”며 아쉬워했다. 김씨는 “선생님의 생각은 우리 시대에도 많은 깨달음을 준다. 신자유주의라는 실체 없는 적과 싸우는 우리에게 그래도 ‘변혁은 온다’는 주문을 계속 걸어주셨다”고 덧붙였다.

이날 빈소에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이부영 전 전교조 위원장, 조순덕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상임의장, 소설가 조정래씨,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강만길 청명문화재단 이사장, 박재동 화백,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 등이 찾아와 고인을 추모했다.

황춘화 이정연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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