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한 카페를 캡쳐한 화면. 10대들이 이 카페에 ‘메신저 친구를 구한다’는 글을 수없이 올려놓았다.
낯선 사람과도 쉽게 친해져
대화하며 신상정보 털어놔
성인이 여학생 협박 사례도
대화하며 신상정보 털어놔
성인이 여학생 협박 사례도
경기 부천시에 사는 윤아무개(15)양은 메신저 네이트온에 연결된 친구가 70여명이다. 대부분 얼굴을 모르는 ‘인터넷 친구’들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이들과 채팅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윤양이 한 인터넷 카페에 ‘네이트온 친추(친구 추가)해요’라는 글과 함께 메신저 주소와 나이, 성별 등을 올린 뒤 하루에 2~5명이 친구 신청을 해왔다. 대부분 남성들이다. 메신저 주소가 공개된 뒤 윤양에게 집요하게 말을 거는 남성들도 생겼다. 윤양은 “20대 남자들은 (친추하는 것이) 위험하다”며 “그들이 말을 걸 때는 그냥 메신저를 로그아웃한다”고 말했다.
10대들 사이에서 윤양처럼 낯선 사람과 메신저 친구를 맺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친구나 직장 동료 등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자료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과거 채팅이 유행했을 때처럼 낯선 사람과 관계맺기 수단으로 메신저가 이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채팅사이트와 달리 메신저는 한 번 대화한 상대에 대해 다시 접근하기가 쉬워, 10대들의 메신저 채팅은 개인정보 노출 위험이 크고 범죄에 악용되기 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에서 ‘친추’를 검색하면, 관련 인터넷 카페들이 쏟아진다. 카페에는 메신저 아이디를 올려놓고 친구를 구한다는 글이 가득하다. 18일 저녁 8시께 기자가 직접 인터넷 글을 보고 메신저에 13명의 친구를 등록하자, 곧바로 10대 5명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10대들은 매우 쉽게 개인정보를 털어놓았다. 경남 합천에 사는 중2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아무개(15)양은 “고향이 같다”는 기자의 말에 대화가 시작된 지 5분도 안 돼 “ㅎ여중에 다닌다”고 알려줬고, 이내 자신의 키와 생김새까지 털어놓았다. 메신저 아이디가 2개라는 조아무개(16)양은 “모르는 사람과 친구를 맺기 위해 아이디를 하나 더 만들었다”며 “인터넷 친구가 60여명인데, 학교 친구 못지 않게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신저에 등록하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조작할 수 있는 메신저도 있어, 10대를 상대로 한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10대 여성으로 가장해 고민을 상담해주는 척하면서 사는 곳과 학교 등을 알아낸 뒤 “나체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지 않으면 학교로 찾아가겠다”고 10대 여학생 6명을 협박한 혐의로 20대 남성을 구속하기도 했다. 피해자 김아무개(16)양은 “친구들에게 비밀을 말하면 소문이 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비밀이 지켜질 것 같아서 낯선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인터넷 공간에서 무분별한 자기 정보 노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현실에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경우 말이 조금만 통한다 싶으면 놀라울 정도로 원하는 것을 퍼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메신저를 통한 채팅은 인터넷 공간에 ‘나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거기에서 자극을 얻는 일종의 ‘자극추구 행동’인데, 소외된 아이들일수록 인정 욕구가 강해서 더욱 과감한 자극추구 행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황춘화 이유진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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