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태광그룹 비자금 사건 비교
검찰 “한화가 분식·기업세탁 등 훨씬 복잡”
하루 시차를 두고 발표된 한화와 태광그룹 비자금 사건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많다. 검찰 관계자는 “태광그룹은 무자료 거래와 장부 조작 등 고전적 수법을 썼다면, 한화그룹은 여러 차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수법이 지능화·고도화돼 사실 입증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날 발표한 ‘한화·태광그룹 비자금 사건 비교표’를 보면, 검찰은 모든 측면에서 한화 수사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차명계좌 수에서는 태광이 7000개로 382개인 한화보다 월등히 많았지만, 검찰에 한 차례라도 다녀간 사람 수에선 한화가 321명으로, 116명인 태광에 견줘 압도적으로 많았다. 압수수색(13회)과 계좌추적(19회) 횟수에서도 각각 2배, 4배가 넘었다.
검찰은 한화의 경우 기업 인수·합병·분할, 회계분식, 기업세탁, 주가 조작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개요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화 비자금 조성 등을 주도한 홍동옥 여천엔시시 사장은 2005년 한화그룹이 제일특산 수사로 김연배 한화 부회장이 형사처벌받을 때 대응팀장으로 일하면서, 이 사건이 왜 문제가 됐고 어떻게 적발됐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며 “한화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복잡한 방법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비자금의 규모는 태광이 많았지만, 횡령·배임 금액은 한화가 더 컸다. 피해 규모는 태광이 1491억원, 한화가 4856억원이다. 지급보증과 연결자금 등 법률상 피해 금액을 따져보면 한화가 1조3602억원으로 태광의 10배다.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도 한화가 4만322명으로 태광의 20배나 됐다.
검찰은 이선애(83) 상무 집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되면서 태광이 많은 자료를 은닉·폐기했지만, 조직적인 사법방해행위를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30일 수사 과정에서 한화가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했다며 보강수사를 통해 관련자를 기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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