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선로보수 뒤 3~4시간 쪽잠
오전근무까지 나섰다 열차 치여
오전근무까지 나섰다 열차 치여
내선(신촌방향)에 열차가 들어오기 무섭게 외선(신도림 방향)에서도 열차가 들어왔다. 14일 오전 11시께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선로작업을 하던 이현우(43)씨는 큰 소리로 열차가 들어오고 있음을 주변에 알렸다. 함께 일하던 동료는 선로 옆 빈 공간으로 대피했지만, 정작 이씨는 그러지 못했다. 바로 서울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는 끝내 숨을 거뒀다.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인 ㅅ토건 소속인 이씨는 낡은 선로 바닥을 개선하는 ‘도상개량공사’에 참여해왔다. 이씨는 홍대입구역 공사를 시작한 지난 1월부터 휴일도 없이 거의 날마다 공사에 참여했다.
이씨는 이날 새벽까지 밤샘작업을 하고 집에 들어가 쪽잠을 잔 뒤 오전 선로점검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오전 점검 담당인 직원이 이날 목디스크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이씨가 대신 투입된 것이다. 부인 박아무개(42)씨는 “밤 12시부터 오전 5시30분까지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6시30분이다. 다시 점검하러 나가려면 9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3~4시간 자고 열차가 오가는 위험한 선로에 나갔다”고 말했다.
공사에 참여했던 직원들은 야간조가 오전까지 일해야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이 사고로 이어졌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메트로 쪽에서 정해둔 ‘주간점검비’가 있긴 한데, 다른 인력을 오전에 새로 투입하면 비용부담이 는다”며 “야간근무자가 주간점검까지 하게 되면 그 절반인 5만원 가량만 얹어주면 되니까 그렇게 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흡한 안전수칙도 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점검을 시작하면 열차를 모는 기관사는 해당 구간을 천천히 지나가고 작업자는 열차를 마주보고 걸어야한다는 작업지침이 있지만, 작업자는 별도의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열차가 오는 소리와 불빛 등만으로 대피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한편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서울메트로와 하청업체의 직원을 불러 사고 당시 안전지침 등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조사했다.
황춘화 엄지원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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