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의사부인 사망 사건 주요 쟁점
국과수 “타살” 의견 냈지만 ‘범인=남편’ 직접증거 못찾아
지난달 14일 출산을 한달 앞둔 박아무개(29)씨가 자기 집(오피스텔)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서울 마포경찰서는 18일 유력한 용의자로 박씨의 남편 백아무개(31·종합병원 의사)씨를 지목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앞서 경찰은 ‘목눌림에 의한 질식사’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와 박씨의 손톱 아래서 발견된 남편의 혈흔, 디엔에이(DNA) 등을 증거로 백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사고사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그 뒤 경찰은 박씨가 남편에게 살해됐다는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해 왔는데, 경찰의 감정 의뢰를 받은 국과수는 지난 16일 박씨가 타살됐다는 내용의 의견을 경찰에 통보했다. 여기서 국과수는 “손자국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고, 계획적으로 스카프 등을 사용했을 경우 목눌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 사건의 경우) 피부까짐이나 피하출혈, 내부출혈 등 내부 손상을 봐야 하고 손으로 인한 목눌림의 질식사 개연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또 “전체적으로 욕조에서 사고로 숨질 개연성이 없다”며 사고사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남편 백씨 쪽의 임태완 변호사는 “박씨가 다른 사람에게 살해됐을 수는 있지만 남편이 범인이라는 증거는 없다”며 “백씨는 결백하고, 국과수가 타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면 이는 보강수사를 통해 경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여전히 백씨가 부인을 살해했다는 직접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백씨 팔의 상처와 침실의 혈흔, 백씨 운동복에 묻은 혈흔 등을 의심의 근거로 남편을 용의자라고 점찍었다. 경찰은 또 사망 추정 시간대에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어, 타살이라면 남편 백씨가 범인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 가사도우미 등을 불러 “외부인의 침입이 없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와 함께 컴퓨터 작동 시간을 추정해 범행 추정 시간도 새벽 3시~오전 6시40분 사이로 대폭 좁혔다. 하지만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히지 않고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 남편을 범인으로 단정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경찰은 다음주 초 백씨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계획이지만, 박씨가 타살된 것으로 인정되더라도 백씨의 혐의를 입증할 직접증거가 없는 상황이라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과거 ‘은평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남편 이아무개씨의 변호를 맡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낸 김형태 변호사는 “경찰은 남편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주장을 내놓을 게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배제한 상황에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전적인 입증 책임은 경찰에게 있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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