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눈치보며 미적미적
“왜 우리가 뭇매맞나”
경찰 내부서 부글부글
“왜 우리가 뭇매맞나”
경찰 내부서 부글부글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이 발생한 지 23일로 꼬박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원세훈 국정원장 교체론’이 나올 만큼 국정원 직원의 소행으로 기정사실화됐지만, 경찰은 통상적인 참고인 소환조차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이 수사 진행을 더디게 하면서 외부의 눈치를 보는 대목은 곳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핵심 증거가 될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화면 보정작업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기면서 ‘긴급의뢰’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수사인력 보충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위에서 보내달라는 자료도 많고 형사들도 방에 갇혀 서류작업만 할 정도로 바쁘니 무슨 조사를 하겠냐”고 불평했지만, 수사인력 보충 여부에 대해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팀장 1명을 포함해 남대문서 강력1팀 5명이 전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수사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 만큼 내용이 파악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 탓인지 최근 경찰 내부에서는 “국익과 외교 문제가 겹쳐 있어 예민한 사안인데도, 정부 차원에서 처리 방침을 빨리 결정해주지 않아 경찰만 뭇매를 맞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수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며칠이면 해결 가능한 사건인데도, 힘센 기관이 버티고 정부도 사건 처리를 미적거리면서 경찰만 힘들어지고 있다는 불만이다.
서울 시내 경찰서의 한 간부급 경찰은 “이번 사건은 사실 단순 절도사건으로, 수사인력이 아니라 수사 의지가 핵심”이라며 “사건의 원인이 정보기관의 충성 경쟁이든 미숙한 일처리이든 상관없이 경찰이 왜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관심을 끄는 사안일수록 원칙적으로 처리해야 뒷말이 없다는 게 수사의 제1 원칙”이라며 “국익 등 참작 사유가 있다면 그건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고, 경찰청장이 원칙대로 신속히 처리하라고 강력히 주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다른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국정원 직속은 아니지만 정보분야로 따지면 국정원이 상위부서인데, 위에서 특별한 지시가 내려오지 않는 한 경찰이 스스로 판단해 수사하기는 힘든 사안”이라고 체념했다.
황춘화 엄지원 김지훈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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