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입대 전경 안주일씨 휴가 복귀때 음독뒤 숨져
부대 가혹행위 확인 불구 보훈처, 계속 거부해오다
대법원 판결에 결국 수용
부대 가혹행위 확인 불구 보훈처, 계속 거부해오다
대법원 판결에 결국 수용
복무 중 자살한 ‘군인과 경찰’(이하 군경)은 자살과 업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지금껏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해왔으나, 지난해 8월 국가보훈처가 자살한 군경을 처음으로 국가유공자로 등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가보훈처의 이런 결정은 ‘자살의 원인이 군경 내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한 정신질환 때문이라면 국가가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근거가 됐다.
1999년 5월 입대해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 제1기동대 11중대에서 전투경찰로 근무했던 고 안주일(당시 19살)씨는 2000년 5월 열차 안에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다. 안씨는 곧바로 사망하지는 않았지만 몸에 축적된 농약으로 장기들이 서서히 기능을 잃었고, 결국 2003년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안씨는 숨지기 직전까지도 분열성 인격장애와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었다.
경찰 조사 결과, 안씨는 복무기간 내내 선임대원한테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씨는 중대에 배치받은 뒤 ‘군기가 빠졌다’, ‘시위대에 헬멧을 빼앗겼다’ 등의 이유로 거의 매일 슬리퍼나 헬멧, 곤봉으로 구타를 당했다. 안씨의 가족이 ‘부대를 옮겨달라’고 대통령에게 진정까지 냈지만 변한 건 없었다. 결국 안씨는 3주간의 정기휴가를 마치고 중대로 돌아가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06년 2월 안씨의 유가ccc족은 “군복무 중 가혹행위로 숨졌으니 ‘순직군경’에 해당한다”며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했다. 그러나 보훈처는 ‘자해행위로 사망한 경우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한다’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4조6항에 따라 국가유공자 유족 비해당 결정을 내렸다. 이후 아버지 안태형(57)씨는 국가권익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했고, 2008년 권익위는 ‘가혹행위로 인한 우울증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 뒤 유가족이 “군복무 중 우울증이 발생했으니 공무상의 질병에 해당한다”며 ‘공상군경’으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보훈처는 이번에도 ‘우울증이 공무수행과 관련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등록을 거부했다.
결국 유가족은 법원에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그리고 법원은 최종적으로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전투경찰 복무 중 선임대원들로부터 당한 폭행, 가혹행위 등과 그로 인해 숨진 안씨가 받은 극도의 공포심,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울증과 공무수행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후 보훈처가 고법과 대법에 항고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보훈처는 결국 지난해 8월 안씨에게 국가유공자 5급 판정을 내렸다. 안씨의 위패는 그해 10월 국립대전현충원에 봉안됐다. 안씨에 대한 국가유공자 판정은 그동안 ‘자살은 그냥 자살’이라며 국가의 책임을 거부해온 보훈처의 논리를 뒤집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권익위 국방보훈민원과 서상원 조사관은 “자살 군경은 대부분 구타와 우울증의 단계를 거쳐 극단적 선택을 하는데, 보훈처는 지금껏 자살이라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안씨의 경우는 자살에 이르기 전 단계인 우울증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가혹행위로 자살한 군경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안씨의 아버지 안태형씨는 “10년 동안 정부와 싸우느라 집안도 기울고 당뇨 합병증으로 몸도 망가졌지만, 아들 일을 계기로 같은 피해를 겪은 사람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매년 70~80명의 군경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정체성’ 아리송한 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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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내 자살자 현황
2006년 2월 안씨의 유가ccc족은 “군복무 중 가혹행위로 숨졌으니 ‘순직군경’에 해당한다”며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했다. 그러나 보훈처는 ‘자해행위로 사망한 경우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한다’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4조6항에 따라 국가유공자 유족 비해당 결정을 내렸다. 이후 아버지 안태형(57)씨는 국가권익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했고, 2008년 권익위는 ‘가혹행위로 인한 우울증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 뒤 유가족이 “군복무 중 우울증이 발생했으니 공무상의 질병에 해당한다”며 ‘공상군경’으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보훈처는 이번에도 ‘우울증이 공무수행과 관련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등록을 거부했다.
결국 유가족은 법원에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그리고 법원은 최종적으로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전투경찰 복무 중 선임대원들로부터 당한 폭행, 가혹행위 등과 그로 인해 숨진 안씨가 받은 극도의 공포심,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울증과 공무수행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후 보훈처가 고법과 대법에 항고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보훈처는 결국 지난해 8월 안씨에게 국가유공자 5급 판정을 내렸다. 안씨의 위패는 그해 10월 국립대전현충원에 봉안됐다. 안씨에 대한 국가유공자 판정은 그동안 ‘자살은 그냥 자살’이라며 국가의 책임을 거부해온 보훈처의 논리를 뒤집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권익위 국방보훈민원과 서상원 조사관은 “자살 군경은 대부분 구타와 우울증의 단계를 거쳐 극단적 선택을 하는데, 보훈처는 지금껏 자살이라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안씨의 경우는 자살에 이르기 전 단계인 우울증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가혹행위로 자살한 군경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안씨의 아버지 안태형씨는 “10년 동안 정부와 싸우느라 집안도 기울고 당뇨 합병증으로 몸도 망가졌지만, 아들 일을 계기로 같은 피해를 겪은 사람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매년 70~80명의 군경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정체성’ 아리송한 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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