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총학생회가 조직한 ‘밥값원정대’에 참여한 학생들이 25일 낮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에서 점심 메뉴들을 맛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등록금·자취비로 허리 휘는데 학생식당까지…
서울 9개대 학생식당 점검 대부분 외부업체에 맡겨
리모델링 비용 학생에 전가 대학생 한달 식비 24만원
서울 9개대 학생식당 점검 대부분 외부업체에 맡겨
리모델링 비용 학생에 전가 대학생 한달 식비 24만원
콩나물국밥 1700원, 해물칼국수 2500원, 돌솥갈비떡찜 3000원. 모든 메뉴에 김치는 기본이고, 3개 이상의 반찬이 함께 나오며, 쌀과 김치, 닭고기, 돼지고기 등은 국내산, 쇠고기는 호주산으로 원산지 표시도 꼼꼼하게 돼 있다. 해물칼국수엔 바지락과 새우도 눈에 띈다. 갈비떡찜을 빼면 모든 반찬은 ‘리필’이 가능하다.
25일 낮 12시께 연세대학교 학생 6명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학생식당을 찾아갔다. 메뉴 3개를 시켜놓고 밥을 먹던 이들은 각자 음식의 양과 질, 적정가격 등을 종이에 써 내려간다. 이들은 연세대 총학생회가 만든 ‘밥값원정대’다. 이날 활동을 개시해 다음날 9일까지 서울의 주요 9개 대학 학생회관을 돌며 밥값과 식사의 질을 점검할 계획이다. 모경종 원정대장은 “연세대 교내 학생식당이 가격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며 “다른 학교에서 밥을 먹어보고 비교한 뒤 학내에서 밥값 문제를 공론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학생들이 밥값에 불만을 갖기 시작한 건 지난해 학생회관이 리모델링 된 뒤부터다. 연세대 생협에 입찰을 해 13년째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아워홈은 리모델링을 한 뒤 밥값을 올렸다. 2층에 푸드코트가 문을 열면서 3000원대 초반이던 학생회관의 밥값은 평균 3900원으로 훌쩍 뛰었고, 1층 학생식당 밥값도 2800원~3500원 수준으로 올랐다. 학생회관 리모델링 비용은 연세대 생협과 아워홈이 각각 절반씩 부담했다. 이 학교 기계공학과 3학년 조아무개(21)씨는 “리모델링 전에는 1700원짜리 저렴한 메뉴도 있었는데 그게 사라졌다”며 “내부 인테리어 비용이 결국 학생들의 식비 인상으로 이어진 것 같은데, 굳이 학생식당을 이렇게 고급스럽게 바꿀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르는 밥값은 연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 외주업체에서 학생식당을 운영하다보니 물가가 오를 때마다 밥값이 요동친다. 학교가 직영으로 운영하던 서울대 사범대 식당도 운영자를 외주업체로 바꾸고 리모델링을 하면서 가격이 500원씩 올랐다.
이화여대처럼 아예 상업식당이 교내에 들어온 곳도 있다. 류이슬 이대 총학생회장은 “학생식당이 부족해 학내 상업식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는데 밥값은 4000~5000원이 기본”이라며 “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가지 못하는 식당을 누구를 위해 지었냐’는 불만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대학생 203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외식비 현황’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40% 이상의 학생들이 주로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도 한 달 평균 식비로 24만2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평균은 26만2000원으로, 지방의 22만6000원보다 높았다.
학생들은 밥값을 수익이 아니라 ‘학생복지’ 차원에서 접근해 달라고 학교에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 박아름 기획국장은 “학교가 식당 운영권을 외부에 주면 밥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학교가 직영을 통해 학생들의 밥값을 안정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서울대와 숭실대, 세종대 등이 학생식당을 직영하고 있다.
황춘화 김지훈 이유진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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