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휩싸인 학부모들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학부모들도 서남표 총장이 주도한 ‘무한경쟁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맏아들이 카이스트에 재학중인 배아무개(57)씨는 10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네번째로 자살한 카이스트 학생과 우리 아들의 인생 행로가 너무 닮아 슬프고 무섭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카이스트생 박아무개(19)씨는 중간고사 기간이던 죽기 하루 전날 우울증 진단서를 학교에 제출한 뒤 휴학을 했다. 박씨와 같은 한국과학영재학교 출신인 배씨의 아들도 지난해 기말고사 기간에 진단서를 첨부해 휴학계를 냈다.
배씨는 “한 과목이라도 시험을 망쳤을 경우 시험 기간에 병원 진단서를 받아 병가를 내면 해당 학기가 휴학한 것으로 처리돼 시험 성적이 반영되지 않는다더라”며 “성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카이스트생들이 이러한 방법까지 활용한다는 사실을 아들이 휴학한 뒤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2학년 때 징벌적 수업료를 내고 난 뒤 학점에 매달렸다”며 “3년 내내 원서로만 공부해온 영재고 출신들마저 상대평가 시스템 속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런 사실은 교수들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과도한 경쟁에 억눌린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다음 카페 ‘카이스트 학부모회’에는 07학번 학생의 학부모가 글을 올려 “징벌적 등록금제를 처음 도입할 때는 상대평가가 아니라고 하더니 평균 점수를 비마이너스(B-)로 맞춰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요리 관련 누리집 ‘82쿡닷컴’에서도 한 학부모가 “카이스트에 다니는 우리 아이도 안 좋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며 “엄마는 네가 지금 당장 학교를 때려치우고 라면집을 하며 살아가도 너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학부모들의 글이 이어졌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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