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율 높고 광고 줄서는데…김미화 퇴출 가시화
MBC 라디오 시사프로 진행자 교체 움직임
회사쪽 “김미화 신뢰도 의문…아웃될 확률 높아”
평피디협·노조는 “임원진이 정권에 알아서 기어”
회사쪽 “김미화 신뢰도 의문…아웃될 확률 높아”
평피디협·노조는 “임원진이 정권에 알아서 기어”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 교체 움직임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문화방송 라디오본부에서 프로그램 편성 및 기획 실무를 총괄하는 김아무개 부장은 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김미화씨는 아웃될 확률이 높다”며 “이제 막 본격적인 개편 논의를 시작했으니 조만간 (나가라고) 말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우용 문화방송 라디오본부장은 “개편 내용은 영업비밀”이라며 교체 여부에 대한 답변을 피한 채 김씨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오는 금요일(15일) 밤 개편회의를 열 예정”이라며 봄철 정기개편 회의인 만큼 라디오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개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화씨를 교체하려는 사유에 대해 김 부장은 지난해 빚어진 이른바 ‘블랙리스트’ 공방과 이에 따른 김씨의 처신을 꼽았다. 그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주장해 <한국방송>(KBS)으로부터 고소당한 김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평소 친분이 있는 방송 관계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까지 내놓는 등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했다는 지적이 있다”며 “그동안 김씨를 호의적으로 평가했던 사람이라도 (녹취록 사건을) 좋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교체론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우용 본부장 역시 1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뒷받침했다. 이 본부장은 “(2월25일) 라디오본부장으로 온 뒤 가진 두 차례의 부장단 편성회의 때 김미화씨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지난해 ‘블랙리스트 사건’이 한국방송의 고소 취하로 마무리됐는데, 정작 문화방송 라디오에서는 이 사건으로 김씨의 신뢰도에 금이 간 것 아닌지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 쪽의 김미화씨 교체 움직임에 대한 문화방송 라디오본부 평피디협의회와 노동조합의 판단은 다르다. 회사가 정치적 압력과 이에 따른 ‘눈치보기’ 차원의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려고 김씨의 개인 문제를 들추고 있다는 것이다. 라디오본부의 한 피디는 “이미 대중에게는 다 잊혀진 지난해 사건을 빌미로 최고의 청취율과 광고판매율을 유지하고 있는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하겠다는 발상이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문화방송이 라디오 프로그램 개편 및 진행자 교체를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해온 청취율과 광고판매율까지 무시한 채 김씨 교체를 추진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씨가 진행하는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청취율은 2003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한 뒤 단 한 번도 같은 시간대 다른 프로그램에 뒤처진 적이 없다는 것이 라디오 피디들의 설명이다. 문화방송이 의뢰한 한국리서치의 1월 ‘라디오 청취성향 조사’(프로그램 단위 조사)에서도 이 프로그램은 국내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문화방송의 한 피디는 “지난해 연간 광고판매 실적을 보면 김미화씨 프로그램은 100%를 훌쩍 웃도는 판매율을 올렸다”며 “광고판매율 100%가 넘는 프로그램은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두세 개뿐”이라고 말했다.
라디오본부 평피디협의회와 노조는 뛰어난 청취율과 광고판매율을 보이는데도 회사가 김씨 교체를 고집하는 데에는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인 가운데 비교적 사회적 발언을 활발하게 해온 김씨를 두고 보수 진영에선 ‘친노 좌파’라는 수식어로 공격해왔다.
라디오본부의 고참급 피디는 “정권이 볼 때 김씨는 ‘미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며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임원진이 알아서 수그린 결과가 김씨 교체론”이라고 주장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김씨 교체 움직임에 대해 “정치적 외압이 아니라면 교체할 명분도 이유도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