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단체 후원금 편취 범행 개요
“더 어려운 사람 도와줘야”
7천여만원 돌려받아 꿀꺽
7천여만원 돌려받아 꿀꺽
경찰이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될 후원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후원단체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달력 판매 수익금 등 연간 수억원 규모의 모금 활동을 해오면서도 행정안전부에 등록조차 하지 않아 1996년 비영리법인 설립 이후 단 한차례도 감사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이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문화방송>(M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등에서 받은 후원금을 편취하거나 횡령한 혐의(사기 등)로 전국소년소녀가장돕기시민연합중앙회(이하 전가연) 이아무개(50) 사무총장, 강아무개(46) 사무국장, 이아무개(47) 이사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아무개(44) 이사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무한도전>에서 달력 판매 수익금 중 3억300만원을 기부받아 한부모가정 학생 등 142명에게 150만~40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그런 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 “입금이 잘못됐다”, “서류 작업에 필요하다”는 등의 거짓말로 58명에게서 7600여만원을 돌려받아 이를 주식 투자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편취를 손쉽게 하려고 후원 대상 청소년으로 자신의 친척이나 지인의 자녀들을 추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무한도전>에서 2009년에도 4억3000만원의 기부금을 받는 등 4년 연속 후원금을 받아온 만큼 지난해뿐만 아니라 다른 해에도 후원금 편취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계속 수사중이다. 경찰은 “후원금 편취 규모가 클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던 중 피의자들이 증거인멸을 시도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렇게 후원금을 편취하고도 지난 2월 <무한도전> 누리집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하며 “본회에는 별도의 사무실 운영기금이 지원되지 않았고 오히려 은행 계좌이체 수수료 몇 만원이 본회기금에서 지급되었습니다만 우리는 즐겁다”는 내용을 남기기도 했다.
또 이들은 2008년부터 개인과 단체 등이 소년소녀가장 돕기 후원금으로 입금한 23억여원을 따로 보관해두고 이 가운데 7700여만원을 자신들의 자녀 결혼 비용이나 친인척 경조사비 등에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단체는 행정안전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의 관리·감독을 전혀 받지 않아 후원금을 멋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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