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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미친 등록금 내려라” 486 학부모도 나섰다

등록 2011-04-24 20:11

민주화운동 세대, 등록금 인하 목표로 뭉쳐
“초등생 자녀 2명 대학 학비만 1억2천만원”
인터넷카페 만들고 1인·촛불시위 전개키로
4년차 싱글맘의 미소엔 짙은 응어리가 배어 있었다. “등록금이 내려가지 않으면 나와 아이들은 이산가족이 될 수밖에 없다.”

25살 대학생의 어머니는 노후를 걱정했다. “등록금 탓에 내 미래가 안 보인다. 학부모들이 한번 들고 일어나야 한다.”

초등학생 둘과 4살짜리 아이를 둔 아버지의 목소리가 커졌다. “대학 등록금은 대학생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중·고등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곧 닥칠 재앙이다.”

학부모들이 성났다. 감당할 수 없이 치솟는 대학 등록금이 학부모들을 불러 모았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거리에서 뭉쳤던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잔인한 등록금’에 분노해 다시 거리에 설 태세다. 24일 오후 8명의 학부모와 1명의 대학생이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1층 카페에서 만났다. 이날 ‘등록금과 교육비를 걱정하는 학부모 모임’(가칭) 첫 회의가 열렸다. 등록금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활동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학부모 모임이다.

회의 참가자들은 지난 2월 말 한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하루 전날 친구에게 남겼던 ‘한 서린’ 한 마디에 깊이 공감했다. “아이들 등록금만 생각하면 가슴이 숯덩이가 된다.”

강지영씨(가명·42)가 특히 그랬다. 그는 싱글맘이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과 중학교 3학년 딸을 뒀으나, 아이들의 국내 대학 진학을 포기한 상태다. 그는 “4년 전 이혼한 전 남편이 보내주는 양육비와 내가 버는 벌이(150여만원)로는 대학에 보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유일한 ‘탈출구’는 등록금이 싼 중동 지역 대학으로 아이를 보내는 방법이다. 그는 “아이들과 헤어지지 않고 살려면 등록금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강씨의 친정 어머니는 손자 대학 등록금이라도 벌겠다며 청소 일을 하고 있다.

모임을 처음 제안한 안호덕씨(46)는 초등학교 6학년과 1학년, 4살 된 딸 셋을 둔 아빠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쏟아 부어야 할 등록금 예상 액수를 뽑아봤다. 첫째와 둘째의 대학 입학(각각 2018년과 2023년) 뒤 졸업 때까지 1억1818만원의 등록금이 들어간다는 계산(매년 3~5% 등록금 인상 가정)이 나왔다. 그는 “지금까진 자식들 등록금 못 내주는 부모는 죄스러운 마음을 숨기기에 바빴다”며 “이젠 등록금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이슈로 끌어올려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세대가 힘을 모아 이 질곡을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딸부자’ 안씨를 위로했다. “자매보다 ‘군대 돌려막기’가 가능한 형제나 남매가 낫다”고 입을 모으면서다.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둘째를 둔 정명수씨(46)는 “우리가 대학 다니던 80년대에 비해 등록금은 7배 정도 올랐는데 과외 아르바이트 금액은 똑같다”며 “대학생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 등록금을 벌 수 없으니 기를 펴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대학교 4학년 홍정구씨(가명·27)는 자신의 등록금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어머니 걱정으로 목소리에 물기가 맺혔다. 그는 “청소 일을 하시는 어머니 한 달 월급이 80만원이다. 등록금은 고사하고 빚만 쌓이고 있다”며 “악순환하는 어머니 노년이 염려된다”고 했다.

모임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학부모들의 폭넓은 참여를 유도하고, 오프라인 행동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모이는 대로 대학생 자녀들과 기자회견 및 1인 시위에 나서고,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촛불시위도 벌인다는 계획이다.

25살 대학생 딸을 둔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은 “등록금으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이 학부모”라며 “단체 차원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적극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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