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경모공원, 2003년부터 석물 납품사한테 받아
1기당 50만원 수준…석물값에 반영돼 회원들 손해
공원쪽 “도민회 운영비로 사용…리베이트 아니다”
1기당 50만원 수준…석물값에 반영돼 회원들 손해
공원쪽 “도민회 운영비로 사용…리베이트 아니다”
800만 월남 실향민을 대표하는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연합회)가 자체 운영하는 공동묘지의 ‘석물’ 독점 납품권을 두고 리베이트 계약을 맺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묘지에 안장되는 회원 가족들은 그만큼 석물 값을 높게 치러온 것이다.
연합회는 노태우 정부로부터 실향민 공동묘지를 운영할 수 있는 토지 사용권(30년간 23만평)을 받아 1993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동화경모공원(이사장은 연합회장이 겸임)을 설립했다. 같은 해 경모공원은 ㄷ석재와 독점적 석물(무덤 주위에 세우는 돌로 만든 물건들) 납품 계약을 맺었고, 2003년 12월 두번째 계약 때부터 ‘협찬지원금’(계약 때마다 ‘기부금’ ‘후원금’ 등으로 표현이 바뀜)이란 이름으로 석물 1기당 30만원씩을 업체로부터 되돌려 받았다.
25일 <한겨레>가 경모공원과 업체간 계약서들을 확인해보니, 2005년 12월 공원이 직영 혹은 공개입찰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 업체는 1기당 리베이트 액수를 37만5000원으로 올려 세번째 계약을 맺었다. 2009년 1월 네번째 계약 땐 다시 50만원으로 인상됐고, 세번째 계약 때부턴 계약서 뒤에 ‘이행각서’를 덧붙여 리베이트 조항을 아예 명문화했다. 같은 해 12월 ㄷ석재가 리베이트를 내지 않자 공원 쪽은 이 업체와 계약을 파기하고 동일한 리베이트 액수를 조건으로 ㅅ사와 계약했다.
리베이트 액수가 오를 때마다 회원들의 석물 구입가도 같이 뛰었다. 1993~2003년 146만원→2005년 12월 158만2000원→2009년 1월·12월 165만원→2010년 9월 198만원으로 동반 상승했다. 결국 경모공원 일반 회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리베이트 액수만큼 석물 가격을 더 지불해온 셈이다.
회원 대부분이 실향민 1세대로 한해 1000명가량이 사망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5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경모공원이 1년에 되돌려 받는 돈은 5억여원 규모다. 경모공원은 이 돈을 연합회로 보내고, 연합회는 다시 7개 이북도민회로 나눠줘 운영비로 쓰도록 하고 있다.
한 회원은 “경모공원과 연합회가 회원들도 모르는 돈을 석물가격에 포함시켜 회원들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회원은 “꼭 리베이트로 운영비를 조성해야 한다면 탈북자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실향민을 돕거나 통일을 대비한 사업에 써야지, 대북 전단 살포나 각종 행사 비용으로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성규 경모공원 이사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가 답변할 처지가 못 된다”며 전화를 끊었다. 최종대 전 이사장은 “계약서에 명시된 돈은 도민회 운영자금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리베이트가 아니다”라며 “석물업자가 800만 이북도민의 단체 운영을 위해 기부하는 돈”이라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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