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모두 “회유 의혹 근거있어”
2007년 대선 직전 이른바 ‘비비케이(BBK)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변호인단과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항소심에서 완패했다.
서울고법 민사19부(재판장 고의영)는 최재경 사법연수원 부원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비비케이 수사팀 검사들이 “2007년 수사 당시 김경준씨의 변호인단이 ‘검찰이 김씨를 회유·협박했다’는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명예가 훼손됐다”며 김정술 변호사 등 김씨의 변호인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명박 후보와 김씨가 공동으로 운영했던 엘케이이(LKe) 뱅크가 비비케이 지분을 100% 소유했다는 내용의 메모가 수사 과정에서 누락됐다’고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전 의원을 상대로 낸 수사팀의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팀의 회유가 있었다는 김씨의 자필 메모와 가족에게 제시한 녹취록 등 김씨가 같은 내용을 여러 사람에게 알려 변호인단은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정 의원과 관련해선 “수사팀이 입수한 메모와 정 의원이 입수한 메모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면, 정 의원은 충분히 검찰 수사에 비판과 의혹을 제시할 수 있다”며 “정당의 주요 역할인 비판과 감시는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회견 내용이 검사의 직무인 수사에 관한 것이고 공직자의 직무집행에 관한 비판으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경우가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완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사들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1심 판결을 배척하고 뒤집는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정봉주 전 의원 건의 경우 형사판결 항소심과도 배치되는 사실인정으로, 지난주 <시사인> 상대 손해배상을 비롯해 이번 판결까지 5명에 대한 3건의 판결 모두에 대해 상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춘화 김태규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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