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피해 입증 쉽지않아
지난 28일 미국에 이어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도 개인 위치정보 무단·불법 수집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애플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줄소송이 예상되지만, 이용자가 입은 손해가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아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본인들의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없도록 한 ‘위치정보의 보호·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기술적·관리적 조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이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사용자들은 우선 손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미국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회사의 책임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지만, 국내에선 명확한 인과관계의 입증이 필수적이다. 앞서 하나로텔레콤과 지에스(GS)칼텍스 정보유출 사건 등에서도 피해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자들이 잇따라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위치정보법 위반이 반드시 손해배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불법행위로 인해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며 “위자료를 인정받으려면 어떤 구체적 피해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는지를 명백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출된 정보의 수준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휴대전화에 위치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이 보안 문제로 이어질 순 있지만 현행법 위반은 아니다. 다만 애플이 누구의 것인지 식별 가능한 위치정보를 수집해 광고 등에 활용했다면 문제가 된다. 한 변호사는 “서울 강남역 6번 출구 앞에 아이폰 사용자 한명이 있다는 정보와 그 앞에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정보는 명백하게 차이가 있다”며 “특정되지 않은 사람에 관한 정보라면 위치정보 수집으로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손해를 ‘아이폰 구입 비용’으로 일반화시킬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개인정보가 수집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이폰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구입 당시 ‘이 휴대전화는 개인정보가 수집되지 않는다’고 한 판매원의 주장이 거짓인 것으로 증명되어야 한다”며 “아이폰 구입 자체를 통상적인 손해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소송을 낸 아이폰 사용자들이 승소하더라도 소송을 내지 않은 다른 사용자들까지 자동으로 배상을 받진 못한다. 판결의 효력이 이해당사자 전체에 적용되는 ‘집단소송제’는 현재 증권 분야 일부에만 도입돼 있어, 배상을 받으려면 직접 소송을 내야 한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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