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불야성’ 이명박 정부 출범뒤 합법화
2008년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에 ‘종교시설 조명허용’
지자체 ‘빛공해방지’ 조례 막혀…환경부도 규제 포기
지자체 ‘빛공해방지’ 조례 막혀…환경부도 규제 포기
밤새 환하게 켜져 있는 주택가 교회 십자가와 첨탑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탓에 ‘수면권’을 침해당한 주민들의 민원( <한겨레> 3월4일 보도)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교회의 ‘빛공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7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될 때, 종교시설에 설치된 조명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1일 <한겨레>가 2008년 7월9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인해보니, 옥상간판의 허가범위를 규정한 19조1항에 ‘종교시설에서 비점멸 전기를 사용해 설치하는 종교 시설물(상징도형 포함)’이라는 문구가 새로 추가됐다. 이에 따라 조명이 깜박이지만 않는다면 교회 십자가를 비롯한 종교시설의 상징물에 조명을 설치하는 것은 합법화됐고, 교회가 밤새 십자가와 첨탑의 불을 밝히더라도 규제할 근거가 사라졌다.
특히 시행령 개정에는 개신교 쪽의 로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 당시 개신교 단체들의 압박이 상당했던 것으로 안다”며 “법적으로 십자가 조명은 물론 교회 광고물을 전면 허용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논란이 예상돼 당시 해당 조항에 대해서는 재개정 이유조차 거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회의록조차 공개하지 않는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개정되니 도대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교회 조명을 허용하는 내용을 시행령에 못박아 둔 것 자체가 과도하다”고 말했다.
교회 십자가 조명을 규제하려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노력도 벽에 부닥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빛공해 방지 및 도시조명관리 조례’를 제정했지만 교회 조명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행령에서 교회 조명을 허가해놓았기 때문에 하위 규정인 조례로 이를 규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2009년 9월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에 계류중인 ‘빛공해 방지법안’을 통해 교회 십자가 조명을 규제하려고 했다.
최근에는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한 토론회에서 빛공해 문제를 언급하며 “밤하늘에 교회 십자가만 가득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회 십자가 조명 규제가 옥외광고물법과 충돌하는데다 개신교 쪽에서도 강하게 반발하자, 환경부는 지난 29일 해명자료를 내어 “향후 하위 법령에도 십자가 등 종교 시설물을 규제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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