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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주주들 수조 불법대출 ‘뚝딱’…금감원 직원들 상주하고도 ‘깜깜’?

등록 2011-05-02 19:52수정 2011-05-02 21:57

적자 분식회계로 연봉·배당금 등 500억도 챙겨
검찰 “이제 시작이다” 감사 무마 의혹 ‘정조준’
부산저축은행 수사 보니

2일 검찰이 밝힌 부산저축은행그룹 불법 대출 사건의 전모는 한편의 ‘금융비리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 그룹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은행에 예치된 고객예금 수조원을 맘대로 가져다 썼고, 상임감사들은 감시 임무를 저버린 채 이들과 한통속으로 어울렸다. 검찰 관계자는 “도저히 금융기관이라고는 볼 수 없는 상태였다”고 했다. 이자 몇푼을 더 받으려고 어렵사리 모은 돈을 맡긴 예금자들은 결국 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은행의 ‘탈’을 쓴 시행사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불법 대출은 대주주와 경영진, 이들의 지시에 따른 임직원의 조직적인 공모로 가능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들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120개 특수목적법인(SPC: Special Purpose Company)에 4조5942억원을 대출했다. 저축은행법은 대주주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감추려고 지인과 친·인척 등 다른 사람의 명의로 법인을 설립하고 대주주와는 무관한 것처럼 위장했다. 사업이 실패하면 예금자들이 위험 부담을 떠안게 되지만, 성공하면 대주주들이 전부 챙겨가는 ‘밑져야 본전’식 투자였던 셈이다. 에스피시는 이 돈으로 건설업(아파트·골프장·납골당·휴양지 등)과 선박투자, 운전학원 등에 문어발식 투자를 감행했다. 이들 사업에 대한 심사는 전문성이 없는 은행 직원 16명이 대주주들의 지시를 받고 뚝딱 승인·처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자 대출 이자 연체금 등을 메우기 위해 또다른 꼼수가 동원됐다. 에스피시 120개 중 개발 사업 인허가를 받아 시공에 들어간 업체는 21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99개 업체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도 못했다. 대주주들은 친·인척과 지인들 명의로 7500억원의 무담보 신용대출을 해주고, 이 돈을 연체 이자 상환을 위한 돌려막기에 사용했다. 부실 대출로 은행의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2009년과 2010년엔 2조4000억원의 분식회계로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감독기관의 감시를 피해갔다. 박 회장 등 대주주들은 특히 분식회계를 통한 장부상 흑자경영을 명분으로 6년간 329억원의 배당금과 191억원의 연봉·상여금을 챙겼다.

우병우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 기자실에서 부산저축은행그룹 불법대출 관련자를 기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우병우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 기자실에서 부산저축은행그룹 불법대출 관련자를 기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검찰, ‘감사 무마’ 금융당국 조준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내부의 조직적 비리가 가능했던 배경엔 궁극적으로 관리·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의 묵인 또는 방조가 있었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이미 2001년부터 에스피시를 통해 부동산 시행사업을 직접 수행했는데, 당시부터 금감원 직원들이 부산저축은행에 상주하며 정기검사, 부분검사 등을 여러 차례 진행해왔다. 그런데도 그동안 금감원이 적발한 것은 자산건전성 부당 분류 등 경미한 사안에 그쳤다. 검찰은 이들 금융감독 당국이 수조원의 불법 대출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검찰의 수사 방향도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금감원 감사 무마와 관련된 로비 의혹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은 ‘금감원의 개입 정황 등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살펴보겠다. (그 수사는)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은행들에 감사로 영입된 금감원 퇴직 직원들이 금감원의 감사를 무마하는 로비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상호저축은행법은 자산 3000억원 이상의 은행은 반드시 회계·재무 전문가를 감사위원회에 두도록 하는 등 감사가 대주주와 임원의 전횡과 불법을 막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이 감독기관인 금감원과의 관계를 우선해 금감원에 감사 추천을 요청하고 금감원이 퇴직 예정 직원들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감사가 임명되다 보니 감사 본연의 직무 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경우 5개 계열사 중 4개 은행의 상근감사에 금감원 전직 간부들이 임명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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