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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직원 친척명의로 대출 ‘주가조작’ 들통나자 44억 또 빼돌려 ‘눈가림’

등록 2011-05-12 22:53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 회장 공소장 뜯어보니
지난 2일 불법 대출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이 개인 채무 변제를 위해 이 은행의 돈 44억여원을 횡령한 구체적인 내막이 공소장에서 드러났다.

12일 <한겨레>가 입수한 박 회장 등의 공소장을 보면, 박 회장과 이 그룹의 김양 부회장은 2001년부터 2002년 사이 부산저축은행 임직원들의 친인척 명의를 빌려 대출을 받았다. 이들은 이 돈으로 당시 코스닥에 등록돼 있던 부산저축은행 자사주에 대해 시세조종 거래를 해오다 2003년 중반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금감원의 검사를 받게 된 박 회장 등은 금감원이 자신들을 검찰에 고발할 것을 대비해 치밀한 전략을 세웠다. 자신이 고발돼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법정에서 정상참작 사유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박 회장은, 문제가 된 차명 자사주 98만주를 팔아치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기기엔 적지 않은 걸림돌이 있었다. 차명 자사주 98만주를 장내·외에서 급히 매각할 경우엔 주가 폭락 때문에 큰 손실을 볼 우려가 있고, 경영진 개인의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자사주를 헐값에 팔아치우면 또다른 형사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회장에게서 이런 우려를 전달받은 김 부회장은 2003년 6월 말 고교 동창인 ㅎ건설 대표이사 ㅂ씨를 찾았다. 김 부회장은 ㅂ씨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한 뒤 자사주 98만주를 130억원에 장외에서 매수해 주면 이면계약을 통해 사례금을 지급하겠다고 ‘은밀한 거래’를 제안했고, ㅂ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박 회장과 김 부회장, ㅂ씨는 같은달 서울 여의도에 있는 ㅅ캐피탈 사무실에서 만나 ‘박 회장이 ㅂ씨에게 차명 주식 98만주를 130억원에 매도한다’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박 회장은 동시에 ㅂ씨가 자신의 ‘정상참작 사유 조성’을 위해 원하는 가격에 매입해 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44억5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이면약정서를 작성했다. 부산저축은행의 공적인 업무와 무관하게 박 회장이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은행 돈 수십억원을 맘대로 집어쓴 셈이다.

박 회장 등은 ㅂ씨에게 건넬 사례금을 조성하기 위해 이 그룹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인 ㅅ캐피탈을 동원했다. ㅅ캐피탈에 이 그룹 계열 은행들이 20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사례금인 44억5000만원을 빼돌리기로 공모한 것이다. 박 회장 등은 2004년 3월 부산저축은행 10억원, 부산2저축은행은 5월과 7월, 9월 세차례에 걸쳐 각각 10억원, 10억원, 14억5000만원 등 모두 34억5000만원을 ㅅ캐피탈에 대출해주도록 은행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박 회장은 이렇게 만든 돈을 ㅂ씨에게 건네주는 수법으로 사례금 지급을 마무리했다. 범죄를 저지를 때도, 이를 뒷수습할 때에도 고객이 맡긴 돈을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한 것이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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