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진술 확보…여권 실세와 가까운 변호사도 거론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불법 대출·인출 의혹을 수사해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이 그룹 계열 은행 관계자한테서 ‘퇴출 저지’와 관련해 여권 실세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저축은행의 부실 문제가 터져나온 지난해 5월 이후 박연호 그룹 회장 등 임원들이 부산저축은행의 퇴출을 막아내기 위해 청와대, 감사원, 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시도했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정황을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 등이 동원한 인맥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두터운 친분이 있는 ㅂ 변호사와, 감사원의 고위 인사인 ㅇ씨, 금융감독원의 ㄱ 국장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박 회장은 금융당국의 고위 인사로부터 부산저축은행의 퇴출 움직임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이 그룹 관계자가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 창구를 담당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브로커 윤아무개씨를 상대로 퇴출 저지 로비가 사실인지, 청탁을 대가로 돈이 전달됐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윤씨는 부산저축은행이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사업 관련 거래처에서 10억여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대검 관계자는 “윤씨로부터 정관계 로비 정황에 대한 진술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씨와 함께 퇴출 저지 로비의 전면에 나선 박아무개씨도 유력한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소망교회 신도인 박씨는 현 정부의 핵심 실세들과 두터운 교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대검 중수부는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이 소유한 <월인석보> 등 보물과 고서화 1000여점을 확보해 예금보험공사에 인계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김씨에게서 <월인석보> 등 보물 18점과 고서화 950여점 등을 임의 제출받아 현재 중수부 사무실에 보관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 사업가 심아무개씨에게 <월인석보>를 포함한 보물 18점을 10억원에 매도했으나 최근 매매대금을 심씨에게 반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했다. 이와 함께 지인에게 맡겨뒀던 고서화 950여점을 포함해 갖고 있던 보물과 고서화를 전부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의 담보로 제출했다.
한편 보해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의혹을 수사중인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김호경)는 리조트 개발업자인 박아무개씨에게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천사령 전 경남 함양군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이날 이철우 현 군수를 불러 조사했다.
김정필 노현웅 기자 fermata@hani.co.kr
김정필 노현웅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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