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1일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초량동 본점을 점거하고 부산저축은행 강제 매각 방침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드러나는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전방위 로비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그룹의 로비가 지난 19일 구속수감된 윤아무개씨와 여권 실세들과 가까운 박아무개씨 두 갈래로 이뤄진 정황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로비에 나선 시점을 지난해 중반으로 보고 있다. 그때부터 금융권에서 부산저축은행의 퇴출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이 그룹이 퇴출을 막으려고 전방위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김황식 당시 감사원장은 저축은행 감사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했고, 9월부터 부실 저축은행 처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간부 출신인 퇴직 인사가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조만간 정리될 거다’라는 말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위협을 느낀 부산저축은행 쪽은 서둘러 매각에 나섰다.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가 지난해 11월 중앙부산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했으나 가격협상에서 이견을 보여 매각이 무산됐다. 대기업 2곳도 인수 의향을 나타냈으나 철회했다.
검찰은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 등 임원들이 이때부터 그룹의 퇴출을 막으려고 정·관계 인사들과 접촉에 나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그룹의 경영진이 불법으로 운영한 에스피시(SPC·특수목적법인)의 인허가 로비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로 ‘생존을 건 로비’가 시도됐을 거라는 판단이다.
검찰은 일단 지난 19일 구속수감한 윤씨가 대외 로비 업무를 맡은 사실을 파악하고, 윤씨의 입을 여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앞서 구속기소된 박 회장 등 주요 임원들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전·현직 임직원들은 이 그룹이 윤씨를 통해 청와대 실세와 친분이 두터운 ㅂ 변호사,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 금융감독원 ㄱ 국장이 올해 초 모임을 갖고 퇴출 저지를 논의했다고 전하고 있다. 또 여권 실세와 ‘연’이 두터운 감사원의 고위 인사에게도 ‘구명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저축은행 감사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일종의 청탁 내지 로비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다른 로비 창구로 거론되고 있는 박아무개씨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명문대 교수 출신이자 소망교회의 장로인 박씨는 여권 실세들과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부산저축은행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구명 로비와 관련해) 부탁을 받은 적도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소망교회 나오는 분들과는 여러 얘기를 나누지만 금융 관련 논의를 한 적은 없다”며 “청와대 쪽 사람들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전문 로비스트인 윤씨보다는 박씨가 더 비중이 있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조만간 그를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필 노현웅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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