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의 도시락 가게 ‘소풍가는 고양이’에서 청소년 창업주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다. 홍아씨가 우엉과 단무지를 섞어 만든 주먹밥을 내보이고 있다. 하자센터 제공
성미산에 도시락가게 문연 하자센터 청소년들
피망을 볶는 향긋한 냄새가 가게 안에 가득히 퍼졌다. 주방 한쪽에서는 홍아(19)씨와 여울(20)씨가 우엉과 단무지를 섞어 주먹밥을 만들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639-10번지에 문을 연 ‘소풍가는 고양이’는 청소년 6명이 함께 창업한 도시락 가게다. 이 가게는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청소년 학습공간 하자센터에서 ‘연금술사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시킨 첫 ‘작품’이다. 이 프로젝트는 취약계층 청소년이 자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오는 31일 개업식을 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소문이 나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26일 저녁에 배달할 도시락 200인분을 주문받은 이들은 “주먹밥 1200개를 만들어야 한다”며 낮부터 분주했다. 우엉과 단무지, 햄과 피망, 참치 주먹밥, 깻잎과 양배추, 호박잎 쌈밥을 준비하느라 6명의 손놀림이 바빴다. 이렇게 만든 도시락은 개당 5000원에 팔 예정이다.
이윤원(20)씨는 대학 대신 도시락 가게 창업을 선택했다. 이씨는 “대학에 가도 취업을 위해 ‘스펙 경쟁’을 해야 하는 현실과 비싼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다가 대학 대신 하자센터 친구들과 창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가는 2월에 그는 17살 동생부터 24살 언니까지 모두 6명으로 구성된 동업자들과 함께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
어른들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사업 자금은 권혁일 엔에이치엔(NHN) 해피빈 재단 이사가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지원한 돈으로 마련했다. 성미산마을에서 10년 동안 유기농 반찬 가게를 운영해온 박미현 대표가 청소년들의 멘토를 자청하고 나섰다. 박 대표의 조언으로 도시락 가게에서는 100% 국내산 재료를 쓰고,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메뉴들만 판다.
배달은 자전거로 한다. 가게 반경 2㎞ 안에는 도시락 1개도 배달한다. 좀더 먼 곳은 주문 수량이 10개 이상일 때 배달 서비스를 한다. 차 운전은 ‘하자센터 길잡이’ 선생님이 돕는다.
주문 및 문의 (02)336-5090.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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