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실현과 청년실업의 해결을 요구하며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습시위를 하던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경찰들에게 저지당하며 연행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등록금집회 학생들 ‘유치장 면담’
온갖 일해도 등록금 버거워…빚쟁이 되거나 학교 나와야
여당 ‘학점따라 반값등록금’ 근본적 고민 없는 급조 정책
온갖 일해도 등록금 버거워…빚쟁이 되거나 학교 나와야
여당 ‘학점따라 반값등록금’ 근본적 고민 없는 급조 정책
30일 오후 1시 서울 양천경찰서 유치장 면회실로 두명의 대학생이 들어섰다. 아무렇게나 솟아오른 수염과 수척한 얼굴이 지난밤의 마음고생을 드러냈다. “묵비권 행사 중이어서 이름도 학교도 밝힐 수 없습니다.” 김영호(가명·24)씨가 뒤편에서 면회 내용을 기록하는 경찰관을 흘깃 보며 말했다. 이들은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모두 73명의 대학생이 연행돼 서울 시내 8개 경찰서로 분산 이송됐다. 양천경찰서 유치장에는 10명의 대학생이 밤을 보냈다.
면회실의 유리벽 너머에 앉은 두 대학생은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와 오민석(가명·27)씨는 각각 2000만여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상태다. 졸업을 하면 가장 먼저 수천만원에 달하는 빚부터 갚아야 하는 처지다. 지금까지 8학기의 등록금을 내며 매번 빚을 져야 했다는 김씨는 “비싼 등록금은 혼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부모님이 학비를 대줄 수 없는 형편의 학생들은 빚쟁이가 되거나 공부를 그만둬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두 대학생의 공통점은 또 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약물 시험용으로 피를 뽑는 아르바이트에까지 나선 적이 있다. 오씨는 “등록금뿐만 아니라 한달에 수십만원씩 들어가는 자취 비용을 대려고 약물을 투여받고 2주 동안 피를 뽑아 낸 뒤 35만원을 받는 아르바이트를 해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 경우 피를 뽑으러 갔다가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돌아왔다”며 “피를 팔아서라도 학비를 대려고 했는데 그조차 좌절된 순간 너무도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김씨는 “택배, 이삿짐 나르기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등록금은 마련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2학년 때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기 시작해 지금 2400만원의 빚이 쌓였다는 서아무개(23·ㅎ대 4학년)씨는 “졸업하면 군대 다녀오자마자 바로 취업해서 빚부터 갚아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종암경찰서 유치장 면회실에서 만난 그는 최근 한나라당의 대학 등록금 정책에 대해 “하위 50% 계층만 준다거나 학점 제한이 있는 등 단서가 너무 많다”며 “나는 하위 50%라 받을 수 있겠지만 300만 전국 대학생이 모두 다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친구들을 보다못해 집회에 참여한 학생도 있었다. 동대문경찰서에서 만난 김아무개(19·ㄱ대 1학년)씨는 집회에 처음 참가했다가 연행됐다고 했다. 김씨는 “운 좋게 아버지가 등록금을 대주시긴 하지만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부끄러웠다”며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한마디라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학생 200여명은 이날 저녁 8시부터 광화문 케이티 건물 앞에서 촛불 시위를 열고 반값 등록금 실현과 연행자 석방을 요구했다. 이들 가운데 17명은 청와대까지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에 4명이 연행됐다 풀려나는 등 충돌을 빚었다. 임지선 송채경화 박태우 기자 sun21@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세빛둥둥섬 ‘호화쇼’만 둥둥?
■ ‘박근혜 뜻대로’ 한나라 전대규칙 확정
■ 어느 유목민의 죽음…중 몽골족 깨우다
■ 지구상 유일무이 이혼 불허국은?
■ 숨진 정씨와 브로커 2명 고교시절 축구부 한솥밥
■ 해운대에 무서운 ‘투기바람’
■ “난 꿈이 있어요” 오디션 프로 참가 200만명 시대
■ ‘박근혜 뜻대로’ 한나라 전대규칙 확정
■ 어느 유목민의 죽음…중 몽골족 깨우다
■ 지구상 유일무이 이혼 불허국은?
■ 숨진 정씨와 브로커 2명 고교시절 축구부 한솥밥
■ 해운대에 무서운 ‘투기바람’
■ “난 꿈이 있어요” 오디션 프로 참가 200만명 시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