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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크린보며 변론하고 증거기록 검색하고

등록 2011-05-30 21:12

국내 첫 전자재판 가보니…
“초기라 적응 어렵지만 서류 뒤지는 시간줄어” 법조인들, 긍정적 평가

“이 도표를 보십시오. 피고들은 투자처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피고, 이 말이 사실입니까?”

“아닙니다. 갑6호증 증거를 봐주십시오.”

“그 증거를 모니터에 띄워보세요.”

30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방법원 제416호 법정. 민사11부 최승록 재판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법정 왼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 위로 해당 증거물의 내용이 띄워졌다. 피고 쪽 변호를 맡은 이상윤 변호사(김앤장)가 긴 막대를 들고 나와 화면을 짚어가며 설명했다. 이어 원고 쪽 대리인인 정진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가 미리 준비해온 파워포인트 파일을 스크린에 재생해 화면을 넘겨가며 반박에 나섰다.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졌고, 스크린의 화면은 바삐 움직였다.

민사 사건에서 국내 첫 전자재판이 열린 이날 법정에선 두꺼운 서류철이 사라졌다. 판사와 변호인 모두 자기 앞에 놓인 두툼한 서류철에 얼굴을 파묻은 채 암호 같은 말을 주고받던 풍경은 대형 화면을 함께 보며 토론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3명의 판사들 책상에는 데스크톱 컴퓨터 1대씩과 각자의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증거를 찾을 때는 서류철을 넘기는 대신 ‘법정기록뷰어’에 접속해 전자기록을 검색했다. 당연히 재판 진행속도는 빨라졌다.


변호인들은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으로 거듭나야 했다. 이날 양쪽 변호인은 헤지펀드의 사기에 속아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자산운용사와 투자자 사이의 복잡한 소송 내용을 각종 시각물을 동원해 설명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누가 더 명쾌한 자료를 화면에 띄워 상대방을 반박하는지가 재판의 핵심이 됐다. 미처 전자 파일로 만들지 못한 서류는 ‘실물 화상기’ 위에 올려놓으면 스크린에 화상이 띄워졌다.

이날 첫 전자재판에 참여한 법조인들은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하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최승록 재판장은 “각자가 자기 서류만 들여다보던 과거와 달리 함께 화면을 보며 토론할 수 있게 돼 재판 내용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훨씬 깊어졌다”고 평가했다. 정진수 변호사는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지 몰라도 길게 보면 재판 비용도 줄어드는 등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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