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인 경정 “항의할 권리 막는 경찰력 행사 정당하기 어려워”
경찰이 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반값 등록금 촉구 촛불집회를 ‘원천봉쇄’하기로 한 가운데, 현직 경찰 간부가 이 집회의 개최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써 공개했다. 경찰 내부통신망에 올라온 이 글엔 지지한다는 내용의 댓글이 수십개 달렸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의 황정인 경정은 8일 밤 경찰 내부통신망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반값 등록금 집회를 보는 경찰관의 심정’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집회자들의 주장에 경찰이 공감하든 말든 그들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면 주장할 자유와 항의할 권리는 한층 두텁게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경정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때도 경찰의 과잉 대응을 지적하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황 경정은 “3년쯤 후면 제 아이들도 대학에 갈 나이가 되는데 벌써 걱정이 태산”이라며 “사소한 법규 위반을 문제 삼아 (등록금) 집회 자체를 어렵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면 경찰력의 행사를 정당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을 중심으로 사안이 다뤄지게 되면 어느새 항의의 대상은 경찰로 바뀌고, 정작 항의 대상이어야 할 정치권은 경찰의 방패 뒤에 숨어 버린다”며 “제발 경찰이 안 해도 될 일을 하지 않고 안 먹어도 될 욕을 먹지 않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글엔 동료 경찰관들의 댓글이 수십개 달렸다. 경찰관 고아무개씨는 “정치권의 잘못을 경찰이 짊어져선 안 된다. 평화로운 집회가 되도록 경찰은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김아무개씨도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는 시위를 경찰에서 막지 말고 보호해줘야 한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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