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 갈등속 아산공장 노조간부 자살
노조, 작업 거부…생산라인 가동 전면중단
노조, 작업 거부…생산라인 가동 전면중단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회사의 노동조합 활동 탄압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대차 노사는 전날부터 임금단체협상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적지 않은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전 8시35분께 충남 아산시 인주면 현대차 아산공장 엔진1부 화장실에서 품질관리부 박아무개(48)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동료인 신아무개(45)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회사 노조의 노동안전보건위원(비상근)으로 일해온 박씨는 숨지기 전 몇몇 노조 간부와 회사 관리자들에게 “노동탄압을 분쇄하기 위해 이 한목숨 바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이 공개한 박씨의 유서를 보면 “현장 활동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근태 협조 없으면 무단이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 한목숨 던져서라도 노동탄압 분쇄에 앞장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박씨는 노조활동 탄압의 주범이라며 해당 부서장의 실명도 유서에 언급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아산공장위원회 쪽은 “지난 4월1일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가 적용된 뒤 노조 전임자들이 석달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에서 노조 비상근 간부에 대해서도 근태 협조를 해주지 않아 노조활동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유가족이 주장하고 있는 박씨의 산재인정 및 회사쪽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작업 거부에 나서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울산공장에 있던 이경훈 현대차지부장도 이날 오후 아산공장으로 와 대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사쪽과 정권의 탄압으로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경고한다”며 “(유가족 등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생산을 재개할 수 없고, 아산공장에서 같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타임오프제와 관련해 지난해 수준의 노조 전임자 인정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현대차 노조의 전임자는 233명이지만, 법정 타임오프 적용 대상자는 24명이다. 현대차는 지난 4월1일 노조 전임자 모두에 대해 무급휴직 발령을 내 노조의 반발을 산 바 있다.
현대차 쪽은 “아직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전/전진식, 김소연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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