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대출사기단에 속은 ‘가짜결혼’ 사건보니

등록 2011-06-10 20:22수정 2011-06-10 23:05

결혼식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결혼식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급전 줄게” 혼인신고 서류 넘겨받아
은행서 국민주택기금 챙겨 ‘줄행랑’
지난 5월17일 서울 영등포구청 앞에서 장아무개(29)씨는 이아무개(26·여)씨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이날 혼인신고를 했다. 둘이 부부로 기록된 가족관계증명서를 받아들고 나오면서 장씨는 이씨에게 물었다. “왜 이런 일을 하게 됐어요?” “돈이 없어서요. 혼인신고만 해주면 200만원을 준댔어요.” 언어 장애가 있는 이씨가 어눌하게 답했다. “저도 그래요.” 장씨가 말했다.

장씨는 5월 초 길거리에 쌓여 있던 생활정보지에서 한 대부업체 광고를 봤다. ‘신분증 대출! 30만원에서 300만원! 신불자, 무직자 가능’이란 광고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편의점 아르바이트, 방송사 카메라 보조 등으로 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벌어 홀어머니를 부양해온 장씨는 5월 직장을 잃었다.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려 뒤적이던 생활정보지에서 발견한 대부업체 광고에 마음이 끌렸다. “100만원만 빌려봐야지” 생각하며 전화번호를 눌렀다.

이씨는 5월 초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신용불량 무관, 혼인신고만 하시면 수고비 드리니 돈 급하신 분 연락 주세요.” 경기도 안산에서 혼자 살며 주변 공장에 일용직으로 일을 하러 다녔던 이씨는 최근 한달이 넘도록 일을 하지 못해 생활비가 다 떨어진 상황이었다. 문자메시지를 보다가 휴대전화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혼인신고만 하면 수고비로 200만원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대부업체에 전화를 건 다음날 장씨는 서울의 한 지하철역 앞에서 대부업체 직원을 만났다. 고급 승용차를 몰고 온 ‘박 실장’이라는 사람은 “대포폰 몇 개 만드는데 명의를 빌려주면 100만원을 빌려주겠다”고 말했다.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를 넘기자 순식간에 장씨의 손에 100만원이 쥐어졌다. 대부업체는 “직장을 위조하고 혼인신고를 하면 더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두 사람 모두 유혹에 넘어갔다. 대부업체가 혼인신고를 강요한 이유는 ‘가짜 부부’의 서류를 이용해 시중 은행의 ‘국민주택기금 대출’을 받기 위해서였다. 장씨는 “혼인신고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미 수렁에 빠진데다 대부업체의 협박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대출 광고를 보고 찾아온 서민들에게 가짜 전세계약서, 허위 혼인신고서 등을 작성하게 한 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가로채는 수법으로 모두 6억5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김아무개(38)씨와 조아무개(32)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장씨와 이씨를 포함해 문서를 위조해 허위대출을 받은 4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장씨는 “돈이 없어서 대부업체를 찾았다가 저처럼 당하는 사람이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금동미륵보살 반값사유상’도 “반값등록금”
학자금대출 보증료 296억 부당 징수했다
한국 배구 얕보던 최강 이탈리아이 둘에 대비하려 일찍 한국 왔다
‘한달에 두명씩’ 아들 네쌍둥이 출산
[임범의 노천카페] 한국의 순한 젊은이들
홍수·토네이도…미국, 이번엔 폭염
인간 식탐 채우려면 오대양 더 필요하다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