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1년반동안 989건 사용”
증빙서류도 아예 없거나 허위
증빙서류도 아예 없거나 허위
공직사회의 비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게 돼 있는 클린카드(법인카드)로 골프장이나 유흥업소 등을 여전히 드나드는가 하면 백화점 옷을 구입하는 등 법인카드를 흥청망청 사용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
2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ㄱ공공기관 직원들은 지난 2008년 7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주말이나 공휴일 등에 모두 989건 1억1900여만원을 법인카드로 사용했다. 그러나 업무 관련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빙서류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권익위 관계자는 밝혔다. 특히 이 기관의 일부 직원은 백화점에서 개인 옷을 사면서도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ㄴ공공기관 직원들도 영업상 필요를 이유로 골프장과 노래방에서 1억2천만원(2009년 1월~2009년 8월)을 법인카드를 썼다. 그러나, 정부는 공직자의 비리와 부패를 막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공공기관의 법인카드를 골프장이나 유흥업소 등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클린카드’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ㄷ공공기관은 퇴임하는 직원의 환송회 등을 명목으로 법인카드를 양식당에서 2천만원 사용한 것으로 돼 있었으나, 권익위의 확인 조사 결과 실제로는 유흥업소에서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ㄹ공공기관은 공휴일에 공사감독 명목으로 2600만원을 결재했다고 돼 있으나, 이 역시 계획서나 출장명령서가 없어 허위 기록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노래방에서 쓴 2천만원을 비롯해 부당집행비 7천만원을 국고에 환수했으며, 해당 기관에 관련자들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권익위의 이번 실태조사(지난해 10월~11월)는 그동안 청렴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 기관 등 8곳만 표본으로 뽑아 실시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클린카드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많은 공직자들이 법인카드 사용 기준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앞으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감시·감독을 철저히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130여개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공기관 협의회를 열어, 앞으로 법인카드의 위법하고 부당한 사용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전 기관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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