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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해고가족 차별은 사회적 고문”

등록 2011-06-22 21:24수정 2011-06-22 22:13

고문 피해자들, 배상금 떼어 ‘쌍용차’에 지원금 전달
고통을 당해본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에도 절절하다.

박동운(66)씨는 1981년 조작된 ‘진도 가족간첩단 사건’으로 18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갑자기 사라진 자신의 행방을 아내는 5살 아들과 3살 딸에게 말하지 않았다. 고문은 가혹했다. 머리를 담근 물은 공포스러웠고, 쏟아지는 몽둥이 세례는 모질었다. 출감 후 겪은 ‘사회적 고문’은 더 혹독했다. 그에게 들러붙은 ‘간첩’ 딱지는 거머리처럼 그의 행복을 빨아먹었다. 99년 그가 다시 빛을 봤을 때, 체포 당시 뱃속에 있던 아이는 18살이 돼 있었다. 맺기도 전에 끊긴 부자·부녀 관계는 끝내 이어지지 않았다. 부부는 이혼했고, 가족은 해체됐다. 그는 “내가 당한 아픔과 우리 아이들이 겪은 차별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그 아이들이 겪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숨죽였다.

30여년 전 독재정권 시절 ‘조작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했던 피해자들이 자신의 형사배상금을 모은 1000만원을 쌍용차 해고노동자 아이들을 위해 내놨다. 억울한 옥살이로 5년을 빼앗긴 김양기(61)씨는 “세상에서 최고인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사냥감 몰이’ 당하듯 쫓기며 경찰에게 맞는 걸 보면서 아이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며 “적은 돈이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986년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하다 간첩으로 조작돼 고문을 받았다. 고문으로 삶이 파괴된 이들의 생각은 한결같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에게 가해지는 차별은 ‘사회적 고문’이다.”

고문피해자들이 만든 재단법인 ‘진실의 힘’은 27일 ‘2011 유엔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기념행사에서 2000만원(시민 기탁금 1000만원 포함)을 경기도 평택에 세워질 치유센터 ‘와락’의 건립 지원금으로 전달한다. ‘와락’은 쌍용차 해고 가족을 상담해온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와 해고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만드는 심리치유센터다.

송소연 ‘진실의 힘’ 이사는 “고문피해자들이 배상금을 떼어 해고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일일 것”이라며 “자신의 가족이 겪었던 고통이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서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간절한 마음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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