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장 업주, 불법 영업 단속 걸리자 경찰에 SOS
위조한 ‘임의동행서’ 등으로 종업원 검찰 송치
위조한 ‘임의동행서’ 등으로 종업원 검찰 송치
공문서를 위조해 범인을 ‘바꿔치기’한 경찰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2007년 4월부터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바다이야기’ 게임기 70대를 설치해 놓고 영업을 하던 게임장 업주 김아무개(55)씨는 같은 해 10월 경품으로 발행된 문화상품권을 돈으로 바꿔주는 등 불법 사행행위를 벌인 혐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 당산지구대 순찰1팀에 적발됐다. 김씨는 종업원과 함께 영등포경찰서 수사과로 인계됐고, 사이버범죄수사팀에 근무하는 남아무개(41)경사에게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경찰서를 나온 김씨는 평소 막역한 사이로 지내던 영등포경찰서 교통과 진아무개(54) 경감에게 “게임장 업주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달라”고 부탁했고, 진 경감은 김씨와 함께 경찰서 안 휴게소에서 남 경사를 만나 “(게임장 종업원을 업주로 변경한) 서류를 가지고 올 것이니 김씨를 빼달라”고 부탁했다.
남 경사는 서류 위조를 위해 당산지구대 조아무개(43)경사에게 연락했고, 9일 저녁 경찰서 사무실에서 함께 공문서를 위조하기 시작했다. 남 경사 등은 김씨 대신 종업원 이름으로 ‘피의자동행보고서’ ‘압수조서’ ‘압수목록’ ‘피의자 신문조서’ 등의 서류를 작성했다. 조 경사는 서류에다 지구대에서 가져나온, 당일 현장을 단속한 경찰들의 도장을 찍었다. ‘임의동행서’를 위조할 때는 ‘동의란’에 남 경사 자신의 지장을 찍기도 했다.
서류 위조를 마친 남 경사 등은 팀장의 결재를 받아 종업원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고, 실제 게임장 업주인 김씨는 도망쳤다. 하지만 이후 조사 과정에서 실제 게임장 업주가 김씨인 사실이 드러났고, 영등포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직무 고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곽부규 판사는 피의자 동행보고서 등을 위조해 불법 게임장 업주를 도망치게 한 혐의(범인도피 등)로 기소된 남 경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남 경사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조 경사에겐 징역 10월, 남 경사에게 업주를 바꿔달라고 부탁한 진 경감에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형 불법 게임장 업주가 적발되자 이를 바지사장 등으로 바꿔치기한 이들의 범죄행위는 묵묵히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는 대다수 경찰관의 명예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고, 경찰을 신뢰하는 국민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감을 안겨주었다”고 판결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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