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사기대출 등…법원 “전근대적 경영 탓 회사 도산”
횡령과 배임, 사기대출 등 1조원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임병석(49·구속기소) 씨앤(C&)그룹 회장에게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염기창)는 27일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 등) 등으로 기소된 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변재신(69) 씨앤우방 대표이사에겐 징역 2년을, 나머지 10명의 임직원에 대해선 집행유예와 1000만~20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다만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 일부와 시세조종을 통한 부당이득 가운데 일부, 광양예선 법인 자금 횡령 부분 등에 대해선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997년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와 2001년 미국 엔론사의 분식회계 사건을 겪으면서 기업의 도덕성과 회계의 투명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었음에도 임 회장은 2005년 부실회사를 흑자로 만들려고 분식회계를 했다”며 “이 같은 허위 자료로 7100억여원을 대출받아 절반 이상이 부실처리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계열사 운영자금을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해 다른 계열사의 자금을 무리하게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건전한 계열사마저 동반부도를 맞아 주주·채권자·근로자에게 큰 피해를 줬다”며 “그럼에도 반성은커녕 (회사도산의 책임을) 부하직원과 금융위기 등 위부로 돌릴 뿐 아니라, 검찰 표적수사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면서 기업가의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부는 “그룹 도산은 기업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전근대적 경영방식 때문이고, 그로 인한 책임은 임 회장이 져야 한다”며 “기업범죄와 그 결과가 미친 폐해, 이로 인해 눈물을 흘린 사람들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자 이와 같이 선고한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임 회장은 회삿돈 256억원 횡령과 계열사들에 대한 1612억원 부당 지원, 분식회계를 통한 1조543억원 사기대출 등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구속 기소됐으며, 검찰은 지난 2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22년 6월을 구형한 바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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