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 절차 빨라야 1년
검찰, 여권취소 통한 추방 검토
검찰, 여권취소 통한 추방 검토
검찰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구명 로비와 관련해 정·관계 인사들을 폭넓게 접촉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브로커 박태규(72·캐나다 체류 중)씨의 국내 송환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씨의 신병 확보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은 법무부를 통해 캐나다에 박씨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전날 국제검사협회(IAP) 연례총회에 참석하느라 방한한 브라이언 손더스 캐나다 연방 검찰총장에게 박씨의 조기 송환을 공식 요청했다.
범죄인 인도 절차는 수사 검사가 검찰총장을 통해 법무부 장관에게 신청하면, 인도 청구서가 법무부·외교통상부를 거쳐 해당 국가에 전달된다. 해당 국가 법무부는 범죄인이 거주하는 담당 검찰청으로 사건을 넘겨 관할 법원의 재판을 통해 범죄인 인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일단 범죄 소명자료를 모두 번역한 뒤 양국 정부의 사법 절차를 차례로 밟아야 한다. 설령 해당 국가가 범죄인의 신병을 확보했더라도 범죄인의 청구가 있으면 그 나라 법원에서 인신보호 재판을 거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선 재판이 3심까지 갈 수도 있어 빨라도 1년, 늦으면 4~5년 넘게 걸린다. 이른바 ‘세풍’ 사건의 장본인인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도 1998년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4년7개월 만인 2003년 3월 송환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캐나다에서 박씨를 강제퇴거(추방)해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서 박씨의 여권을 취소해 불법 체류자로 만든 뒤 캐나다 이민국에 요청해 ‘강제퇴거→본국송환’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여권법을 보면, 외통부는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해외로 도피해 기소중지된 사람의 경우 정해진 기간 안에 여권의 반납을 명령하거나 직접 회수할 수 있는데 이에 응하지 않으면 여권의 효력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박씨를 송환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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