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통신 기술표준 침해” vs “어떤 기술인지 입증해봐라”
광장-김앤장 준비기일…삼성 “애플, 재판 지연작전” 비판
광장-김앤장 준비기일…삼성 “애플, 재판 지연작전” 비판
스마트폰을 놓고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코리아가 1일 법정에서 첫 ‘대면식’을 치렀다. 재판진행 일정을 조율하는 날이었지만, 양쪽은 뚜렷한 의견차를 드러내며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재판장 강영수) 심리로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금지 소송 재판준비기일 절차가 열렸다. 두 회사의 소송대리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에선 각각 4~5명의 변호사들이 대거 출석했으며, 법정 안은 방청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양쪽은 시작부터 팽팽하게 맞섰다. 삼성전자 쪽은 “우리가 보유한 특허 4개는 전력 소모를 줄이고 전송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이는 3세대 이동통신 규격인 고속상향패킷접속(HSUPA)의 ‘기술표준’”이라며 “아이폰4와 아이패드2는 고속상향패킷접속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증거로 애플 누리집 화면과 아이패드 제품상자가 제시됐다.
이에 뒤질세라 애플은 삼성전자의 특허가 기술표준인지 여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맞섰다. 애플 쪽은 “기술표준은 필수영역과 선택영역 등 수천가지 기술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으로, 해당 특허 몇개를 갖고 있다고 해서 기술표준 전체가 특허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며 “삼성전자가 제시한 기술표준은 2003년에 채택된 것으로, 지금도 표준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애플은 또 해당 특허가 기술표준이라 하더라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삼성은 기술표준으로 채택될 때 다른 회사들이 해당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데 동의했다”며 “이런 경우 특허 관련 금지명령을 낼 수 없어 손해배상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삼성전자 쪽은 “공유는 인정하지만 ‘실시권’ 요청조차 하지 않은 업체까지 무단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이날 재판부는 양쪽에 기술을 명확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스마트폰 핵심 기술의 노출을 우려한 양쪽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특허 침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명을 애플 쪽에 요구했지만, 애플은 “입증 책임이 삼성에 있다”고 맞받았다.
재판 일정이 거듭 미뤄지는 것을 두고, 삼성전자는 애플이 ‘지연작전’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쪽 변호인은 “우리는 150쪽의 소장과 80여쪽의 준비서면을 보냈는데, 애플은 달랑 8쪽 답변서를 보낸 게 전부”라며 “자신들의 텃밭인 미국에서는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면서 일본·한국 등에서는 서류를 늦게 제출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애초 첫 재판은 지난달 3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애플이 재판 이틀 전에야 답변서를 내는 바람에 일정이 한달가량 늦어졌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9일에 열린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