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체홍보 브로셔에 설문 ‘수사 공정’ 답변 유도
자율방법대·통반장 등이 답변…“신뢰 잃었다” 비판
자율방법대·통반장 등이 답변…“신뢰 잃었다” 비판
경찰의 ‘국민만족도 평가’가 ‘자화자찬’ 식 설문조사 방식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5월1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진행하는 ‘국민 치안서비스 만족도’ 조사 중 5월치 분석결과(99만부 배포에 유효 응답 2만8103부)를 3일 발표했다.
경찰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경찰 수사가 공정하다’는 대답은 37.5%로, ‘공정하지 않다’는 답변 13.7%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집회 대응방식이 적절하다’는 응답과 ‘경찰 치안활동에 만족한다’는 대답은 각각 36.6%와 45.9%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 19.8%와 8.1%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설문조사 내용을 뜯어보면 사실상 ‘조작’에 가깝다. 설문지 구성과 배포 방식부터 경찰에 우호적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게 설계됐다. 경찰청은 정식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하는 대신, 자체 제작한 10쪽짜리 홍보 브로셔 귀퉁이에 첨부한 약식 질문지로 조사를 벌였다.
브로셔엔 경찰의 성과를 홍보하는 문구로 가득하다. 경찰청은 ‘서울 G20 정상회의를 국민과 함께 멋지게 치렀습니다’란 문장과 함께 “대한민국 경찰의 유연한 집회시위 관리와 완벽한 경호경비는 세계의 모범사례가 됐다”는 스스로의 평가를 덧붙였다. G20 포스터에 풍자그림을 그린 시민을 긴급체포하거나 음향대포 도입을 추진해 ‘과잉대응’ 논란을 빚은 일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파업 노동자들을 ‘토끼몰이’ 하듯 진압했던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를 두고도 “평화적 해결”이자 ‘선진집회시위 문화의 기점’으로 묘사했다.
설문 대상자도 입맛에 맞게 선별했다. ‘직접 배부’(대면 접촉) 대상자 43만3천여부 중 경찰서에 비치한 브로셔가 14만6천여부이며, 녹색어머니회와 모범운전자회, 자율방범대 등 경찰 협력단체에 배포한 게 10만3천여부다. 지역 파출소장과 정보과 형사들은 물론 이장과 통·반장들이 배포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설문지 배포 편의상 경찰이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기본도 갖추지 못한 설문조사를 놓고 자화자찬하는 경찰이 안쓰럽다”며 “아무 의미도 없는 숫자놀음은 거꾸로 경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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