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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생길이라도 좋아’… 중년들 배낭을 메다

등록 2011-07-08 20:54수정 2011-07-08 22:36

지난달 23일에 걸쳐 실크로드부터 네이멍구자치구까지 배낭여행을 다녀온 손금숙씨가 함께 여행한 친구들을 사진에 담았다. 동행한 여행 친구 30명 중 24명이 40~60대 중장년층이었다.  손금숙씨 제공
지난달 23일에 걸쳐 실크로드부터 네이멍구자치구까지 배낭여행을 다녀온 손금숙씨가 함께 여행한 친구들을 사진에 담았다. 동행한 여행 친구 30명 중 24명이 40~60대 중장년층이었다. 손금숙씨 제공
퇴직자들·전업주부 등
40~60대 배낭여행 바람
“자유롭고 두려움 사라져”
은행 임원이던 박경호(가명·56)씨는 4년 전 퇴직을 하며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이제는 함께 여행을 다닙시다.” 하지만 취향에 딱 맞는 여행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잘 모르니까 대형 여행사가 만들어놓은 패키지 상품을 택해 여행을 했어요. 이제 시간도 있겠다, 여유롭게 여행을 하고 싶은데, 패키지 여행은 기간도 짧고 가이드가 ‘시간 없다’며 막 지나가고 그러더라고요. 이건 아닌데 싶었죠.”

지난해 봄이 되어서야 박씨는 용기를 냈다. “혹시 실크로드에 같이 가실 분 계신가요?” 독수리 타법으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15명이 모였다. ‘막내’가 45살이었다. “일단 부딪쳐 보자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죠. 숙소도, 열차표도 준비하지 않고 출발해서 입석으로 몇 시간을 가고, 군대 시절보다 힘들었지만 자유롭고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박씨의 배낭여행 사랑이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티베트, 네이멍구자치구를 다녀왔다. 오는 30일에는 또 실크로드로 배낭여행을 떠난다.

29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아온 손금숙(50)씨는 지난해 아들의 중국 칭다오 여행길에 동행했다가 배낭여행의 매력에 푹 빠졌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데 패키지 여행은 워낙 바쁘게 다녀서 사진 찍을 틈도 없잖아요. 그런데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는 배낭여행은 자유로워 좋더라고요.” 지난 6월에는 배낭여행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과 함께 실크로드를 거쳐 네이멍구자치구까지 다녀왔다. 23일의 긴 여정이었다. 손씨는 “오히려 20대인 아들딸은 배낭여행에 시큰둥한데 저는 여행을 할수록 두려움도 사라지고 사람들도 사귀게 돼 정말 즐겁다”며 “몇 년 뒤 남편이 은퇴하고 나면 함께 배낭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40~60대 중장년층의 배낭여행 열풍이 거세다. 최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배낭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광철 케이씨투어 운영자는 “이번 여행에 30명을 모아 출발했는데 그중 24명이 중장년층”이라며 “지난해부터 중장년층의 배낭여행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는 “요즘 확실히 중장년층의 배낭여행 열풍이 유행이고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며 “최근 한국방송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등 중장년층이 떠난 오스트레일리아 배낭여행은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중장년층의 배낭여행 열풍은 여행에 대한 이들의 ‘눈높이’가 달라져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형렬 이사는 “20년 전 여행지에서 배낭여행을 온 일본 중장년층을 많이 만났는데 이제는 한국 중장년층도 정형화된 대형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보다 자기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는 기존 여행업계가 그만큼 중장년층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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