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직원 간담회에서 검찰과의 ‘2회전’ 적극 대비 주문
“대등·협력 관계로 나가야”…갈등 재연 ‘불씨’ 될듯
“대등·협력 관계로 나가야”…갈등 재연 ‘불씨’ 될듯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이 8일 “(검·경) 수사권 조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향후 대통령령 제정 때 있을지 모를 검찰과의 ‘2회전’에 적극 대비할 것을 경찰 조직에 주문하고 나섰다.
조 청장은 이날 경찰청에서 열린 직원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향후 대통령령 제정 때 현장 경찰관이 수사 주체로서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찰은 평소 내부 회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던 관행과 달리 이날 조 청장의 발언을 정리한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조 청장은 발언에서 “법률(새 형사소송법)의 발효와 동시에 검찰과의 관계도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며 “경찰도 이젠 (검찰과 같은) 독립적인 수사 주체이고, 법률 발효와 동시에 검찰과의 관계는 기존의 명령·복종 관계에서 상호대등·상호협력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내사를 제외한 ‘모든 수사’에 대해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도록 한 개정 형사소송법의 내용과 달리, 검찰과 ‘수사에서의 대등한 관계’를 강조한 것이어서 향후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검·경 갈등을 재연시키는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청장은 또 경찰의 위상 강화를 위한 내부 단결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지휘부와 일선이 함께 고민해야 하고, 수사 부서뿐 아니라 전 부서의 합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검사 수사 지휘의 구체적 사항’을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한 만큼, 향후 ‘대통령령의 내용’을 어떻게 만들지를 놓고 사법경찰은 물론 행정경찰까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조 청장은 “(대통령령을 만드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경찰 내) 부정부패와 인권 보호, 수사 역량 문제 확보 등을 함께 해결해야 수사권 조정에 국민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청장은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30일은 대한민국 경찰 66년 역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날”이라며 “이제는 경찰도 독자적인 수사 주체성을 확보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수사권 논의가 이런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경찰청은 대통령령의 제정 작업에 대비해 그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전담해왔던 ‘수사구조개혁팀’(팀장 총경)을 ‘수사구조개혁전략기획단’(단장 경무관)으로 승격시킨 바 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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