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수사때 변호인 접견 제한
“기본권 침해” 대법원 판결도 무시
“기본권 침해” 대법원 판결도 무시
국가정보원(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조사하면서 변호인 접견을 제한했다. 대법원이 여러 차례 국정원의 변호인 접견권 제한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놨음에도, 국정원은 수십년째 같은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심재환 변호사(법무법인 정평) 등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의 출석 요구를 받은 김아무개씨 등 2명과 함께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안으로 들어가려다 제지를 받았다. 국정원은 “국정원 규칙에 따라 피의자와 변호인은 함께 이동할 수 없다”며 다른 차량으로 이동하길 권했고, 이에 변호인은 피의자 동행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사이 국정원 직원들은 김씨를 먼저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고, 변호인에겐 가방 검색을 받을 것을 추가로 요구했다. 1시간가량 승강이가 벌어진 끝에 변호인은 국정원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국정원의 접견권 제한은 1970·80년대 옛 안기부 시절 공안수사 때부터 법조계 안팎의 지적을 받아 왔다. 법원이 여러 차례 “헌법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어떤 명분으로도 변호인 접견권은 제한될 수 없다”고 판결했는데도, 국정원은 수사상 필요하다며 기존의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형사소송법 제243조 1항에 의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은 피의자신문에 참석할 수 있는데도, 국정원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및 진술 참여권을 위법하게 침해했다”며 지난 13일 법원에 준항고(검사나 사법경찰관 등이 행한 처분의 취소·변경을 법원에 청구하는 불복신청)장을 냈다.
또 서울지방변호사회도 15일 “국정원 수사관들의 처분이 내부 규칙에 의한 것이더라도 법령상 근거가 없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이는 무효”라며 “국정원장의 공식 사과와 신속한 진상 규명,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규칙 개정 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국정원은 “피의자의 인권과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으며, 변호인들도 14~15일 검색대 통과 등 출입절차를 거쳐 조사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이 나와 유감스럽다”고 해명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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