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국장과 갈등직후 인사권 남용” 가처분신청 수용
문화방송이 <피디(PD)수첩> 프로그램 취재 중단 지시에 맞선 시사교양국 이우환·한학수 피디를 다른 부서로 발령낸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돼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성지용)는 15일 문화방송이 시사교양국 이우환·한학수 피디를 비제작부서로 전보 발령한 것은 “회사 쪽의 인사권 남용에 해당돼 무효”라고 결정했다. 앞서 문화방송은 지난 5월12일 이 피디를 비제작부서인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한 피디를 경인지역본부로 전보 발령했고, 이에 두 피디는 법원에 ‘전보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업무상 필요성이나 신청인들의 업무상·생활상 불이익, 회사 인사규정과 단체협약 위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전보 발령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우환 피디는 <문화방송 특별기획 갠지즈> <곰팡이 3부작>, 한학수 피디는 <아프리카의 눈물> <황우석 3부작> 등 주요한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을 제작해 시사교양국에서 상당히 유능한 피디들이라 평가받고 있다”며 “이들을 입사하면서 관행상 정해져 있던 근로 내용이나 근무 장소까지 바꿔가면서 용인드라미아개발단이나 경인지역본부에 전보 발령할 만큼 회사 쪽에 급박한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이같은 전보명령은 프로그램 주제 선정 과정에서 신청인들과 시사교양국장 사이의 갈등이 있은 직후에 갑작스레 이뤄졌다”며 “직종 변경에 해당할 정도의 인사이동을 하면서도 회사 쪽은 이같은 사실을 두 피디에게 전보발령 30분 전에 통보하는 등 인사규정과 단체협약의 신의칙상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화방송 이진숙 홍보국장은 “회사 차원에서 논의해 대응 방안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방송은 지난 5월 <피디수첩>을 제작하던 이우환 피디가 ‘남북경협 중단 그후 1년’이란 주제로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중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을 통해 취재 중단을 지시했고, 이에 이 피디와 한 피디가 항의하자 회사는 이들을 비제작부서로 전보 발령했다. 그 뒤 이 발령을 두고 문화방송 피디협회와 노조가 윤 국장의 지시를 거부한 데 대한 보복성 인사라고 반발하며 노사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임지선 최성진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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