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매뉴얼 초안에 ‘경고사격 뒤 가능’ 명시
민변 “오남용·안전사고 등 우려…제한 필요”
민변 “오남용·안전사고 등 우려…제한 필요”
경찰이 경고사격을 했는데도 도주를 멈추지 않는 피의자에게 실제 총을 쏠 수 있도록 한 ‘권총사용 매뉴얼’(초안)을 두고 오·남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경찰청은 현장대응력 강화를 위해 ‘상황단계별 권총사용 매뉴얼’을 만들어 안팎의 검토를 받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매뉴얼에 따르면, 경찰청은 피의자 등이 도주해 경찰관이 권총을 쏠 것을 경고하고 경고사격을 했는데도 도주를 중지하지 않는 상황(차량을 사용해 도주하는 경우 포함)에서 실제사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다만 “피의자 등이 연쇄살인범 등 흉악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거나 차량을 매우 난폭하게 주행해 일반 시민의 생명·신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것이 명백히 예상”될 때 실제사격을 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단순도주일 때는 실제사격을 금지한다는 ‘유의사항’도 덧붙였다.
경찰청은 지난달 21일 국가인권위원회와 참여연대 및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의뢰한 검토 결과를 반영해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경찰이 도망자의 ‘흉악범’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자의적 잣대가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주민 민변 변호사는 “강도사건 현장에서 한꺼번에 도주할 경우 누가 강도이고 누가 시민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흉악범으로 판단되면 쏘라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사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거 강도사건 진압 과정에서 여러 건의 오발사고가 있었다. 2002년 강도 피해자를 돕기 위해 나섰던 백아무개씨를 강도로 오인하고 경고사격을 한 경찰이 겁을 먹고 도망가는 백씨를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1998년엔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학교 3학년생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민변은 “경고사격을 듣고 공포심에 도주하는 사람들에게 사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아 사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검토 의견서를 준비중이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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