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고공농성자들 회견 “희망버스 타고 달려간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25m 철탑,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 130m 타워크레인, 지엠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남문 30m 시시티브이(CCTV) 철탑, 4대강 사업현장 이포보 30m 교각, 기륭전자 경비실 옥상….
지난 10년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던 노동자·철거민·환경운동가들이 28일 크레인 농성 204일째를 맞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게 편지를 썼다. “반드시 살아서 내려오라”고 했고, “하늘에서 뿌린 희망의 씨앗을 땅에서 함께 수확하자”고 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준비한 편지를 읽었다. 1990년 현대중공업 골리앗 크레인에 올랐던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전 울산 동구청장)과 15만4천볼트의 송전탑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88일(2011년 3월6일~6월2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던 대우조선 비정규직 강병재씨가 편지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5월 ‘쌍용자동차 사태’ 때 평택공장 70m 굴뚝에서 ‘정리해고 중단’을 외쳤던 서맹섭씨와 같은 해 1월 ‘용산참사’ 때 망루에서 살아남은 철거민들도 동참했다. 모두 31명이 김 위원에게 절절하게 호소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굴뚝과 철탑으로 올라갔고 밧줄을 묶고 망루에 매달려 싸웠다”며 “이제 당신을 살리기 위해 ‘희망버스’를 타고 달려가겠다. 꼭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송기인 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과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씨 등 부산 지역 민주·원로 인사 21명은 이날 부산역 근처 광장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국회 청문회 개최 등을 촉구했다. 반면 장전배 경찰청 경비국장은 “30일로 예정된 ‘3차 희망버스’가 계획대로 출발하면 폭우 피해 복구중인 전·의경들(서울·경기 지역 투입 60개 중대 5천여명)을 부산으로 빼야 한다. 결국 희망버스 쪽이 폭우 피해자들에게 죄를 짓게 된다”며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문영 기자, 부산/김광수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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