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임명 관례 깨…“이강국소장 언론특보” 비판도
헌법재판소가 새 공보관에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육정수(58·사진)씨를 내정했다. 헌재 내부에선 적격성을 문제 삼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31일 헌재에 따르면, 6월22일 공보관(일반직 2급·부처 국장급) 특별채용 공고를 낸 헌재는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최근 육씨를 채용하기로 했다. 육씨는 임용되더라도 정년(60살) 때문에 2년 남짓만 근무할 수 있다.
육씨는 애초 1일부터 출근할 예정이었으나, 잠정 연기된 상태다. 헌재는 ‘신원조회 절차가 늦어져 다음주로 미뤄졌다’고 밝혔으나, 내부의 비판이 잇따르자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헌재 연구관들은 육씨가 사실상 이강국 헌재 소장의 ‘언론특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이 소장에게 반대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내부 논의를 하는 등 집단 반발 조짐도 보이고 있다.
내부 반발의 핵심은 육씨가 ‘비적격자’라는 데로 모아진다. 비법조인인 육씨가 공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헌재 공보관의 주업무는 전문적 식견으로 헌재의 결정을 설명하는 일이다.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공보관은 줄곧 헌재 소속 연구관(판사)들이 맡아왔다. 이는 헌재 결정이 사전에 노출이 되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육씨의 임명을 강행하면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육씨는 그동안 ‘노무현 2주기의 친노출정식’(2011년 5월28일치) 등 기명 칼럼을 통해 특정 정파를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보여왔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 공보관은 법관 전문 영역에 해당돼 일반직 공무원에게 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정치적 성향이 외부에 알려진 인사가 독립된 재판기관인 헌재의 ‘대변인’으로 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철용 헌재 사무처장은 “사회적 파급력이 큰 헌재 결정을 외부에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전문 언론인을 공보관으로 뽑은 것”이라며 “결정문 해설 업무는 다른 연구관들이 돕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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