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체, 시판우유 우선 공급
전국 6000여 낙농가들이 3일 하루 일제히 원유(우유 원액) 공급을 중단했다. 유가공업체의 제품생산이 차질을 빚는 등 ‘우유 대란’이 가시화할 조짐이다.
경기도 파주에서 젖소 100마리를 사육하는 이환수씨는 이날 “거의 모든 낙농가들이 집유를 거부하자, 유가공업체에서는 아예 집유차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유 폐기와 시위에 나서지 않으면 원유값 올려줄 생각을 하지 않으니 낙농가들이 더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며 “월 2600만원 원유값에서 2000만원 이상이 사료값으로 나가는 만성적자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원유 공급 중단으로 유가공업체의 제품 생산도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매일유업은 매일 600t가량 들어오던 원유를 공급받지 못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3일 오후부터는 작업량이 줄어서 4일이나 5일쯤에는 시장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매일유업 쪽은 컵커피 등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의 생산량을 줄이고, 배달우유와 대형마트 등에 공급하는 시판우유를 우선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낙농가들의 조합기업 형태인 서울우유도 원유값 인상 요구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집유를 중단하고, 공장도 평소 절반가량만 가동했다.
아직 대형마트 등 주요 우유 판매처에 공급량의 큰 변화는 없다. 원유가 공장에서 제품으로 만들어져 마트에 깔리기까지 하루나 이틀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규모 커피전문점 등의 우유 공급은 일부 중단됐다.
3일 오후부터 낙농진흥회에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대표가 모여 7차 협상을 벌였으나 난항을 겪었다. 낙농가들은 5일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원유를 폐기하는 극한투쟁도 불사할 태세다.
김현대 선임기자, 김은형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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