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영수증 처리 안한 혐의 ‘7년 재판’ 마침표
대법 파기환송만 2차례…검찰 “개정법 수혜” 반발
대법 파기환송만 2차례…검찰 “개정법 수혜” 반발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황우여(64)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7년 동안 이어진 재판 끝에 지난해 개정된 정치자금법 조항에 따라 유죄가 무죄로 뒤집히자, 당시 수사팀은 ‘봐주기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조해현)는 5일, 정치자금 1000만원을 받고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황 원내대표의 2차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7월 ‘의원이 직접 정치자금을 받았더라도 30일 이내에 기부받은 후원금과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후원회의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하면, 후원회가 기부받은 것으로 본다’는 조항(10조3항)이 신설됐다”며 “황 원내대표가 후원금과 인적사항을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황 원내대표는 2002년 12월 김성래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뒤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혐의로, 대선자금 수사 때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황 원내대표가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그때부터 ‘7년 재판’이 시작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이기택)와 2심인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서명수)는 황 원내대표가 적법하게 후원금을 처리할 ‘의사’가 있었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의사와 상관없이’ 현행법을 위반했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후원회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원이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기부금을 후원회에 전달할 의사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무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창석)가 유죄를 선고했지만, 이번엔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2차 파기환송했다. 2010년 7월 신설된 정치자금법 10조3항에 따른 것이었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처벌이 부당하였다거나 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해 법령을 개폐했을 경우에는 신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정치자금법이 개정되고 신설 조항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반발했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의 법 적용이 원칙이고, 개정법 적용은 과거법이 잘못됐을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반성적 고려에 따른 법률 개정일 때만 새 법 조항을 적용해 무죄를 선고할 수 있지만, 10조3항의 신설은 ‘반성적 고려’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황 원내대표는 부장판사 출신의 정치인이다.
황춘화 김태규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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