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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갱단·살인미수…강남 어학원장 ‘무서운 스펙’

등록 2011-08-08 20:39수정 2011-08-08 21:59

미국 동포 수배자, 귀국 뒤 유학파로 신분세탁
국외도 들락날락…국제공조로 15년만에 덜미
영어학원 원장의 ‘과거’는 갱단 출신 살인미수 수배자였다.

김아무개(33·남)씨는 서울 강남의 한 에스에이티(SAT·미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 학원 원장으로 일해 왔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었으나,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신분을 도용해 ‘유학파 한국인’으로 살았다.

14년 전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었고, 필리핀계 갱단의 일원이었다. 당시 경쟁 관계에 있던 지역 갱단들 사이에는 세력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1997년 5월 말 그는 멕시코계 갱단 2명에게 권총을 쏜 뒤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망쳤다. 그때 그의 나이 17살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이 그를 쫓았지만 잡지 못했다. 경찰국은 그를 ‘1급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했다.

김씨가 한국에 들어온 건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이 채 안 된 7월 초였다. 그는 자신의 삼촌으로부터 경기도 양주에 사는 문아무개씨를 소개받았다. 문씨는 김씨에게 같은 마을에 살다 미국으로 이민 간 이아무개씨가 그와 같은 나이란 사실을 알려줬다. 김씨는 가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문씨의 동네 반장인 최씨의 도움도 받았다. 최씨는 주민센터에서 김씨와 이씨가 동일 인물이라고 확인해줬다. 이후 김씨는 이씨의 이름으로 여권과 운전면허증을 새로 발급받거나 수차례 갱신하면서 중국·타이·홍콩 등지로 34차례나 해외여행까지 다녀왔다.

신분을 세탁한 김씨는 강남 일대 어학원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일했고,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강아무개(36·남)씨와 2008년 12월 강남에 에스에이티 전문 어학원까지 차렸다. 고등학교 졸업 학력인 두 사람은 자신들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와 샌디에이고주립대 출신이라고 속이며 직접 강의했다. 또 무자격 영어강사를 고용해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최근 미국 수배자가 ‘신분 세탁’을 거쳐 영어 강사로 활동한다는 첩보를 접한 뒤 미국 수사당국과 국제공조를 통해 두 사람을 검거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했고, 강씨에 대해선 학원 설립 과정에서 부정등록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분 위장 과정에서 도움을 준 문씨와 최씨의 경우 각각 공소시효가 만료되거나 사망해 처벌하지 못했다.

경찰은 “현재는 국외로 이주해 지문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이 통장·반장·이장 등의 간단한 신분 확인만 있으면 지문을 등록·재등록할 수 있어 얼마든지 제3자로의 신분 세탁이 가능하므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자격 강사에 대한 처벌 규정 자체가 없고 ‘한국에선 영어만 할 줄 알면 돈 벌기 쉽다’는 인식이 외국인들 사이에 팽배해 있어 교육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점도 경찰은 지적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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