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임원 ‘해고무효’ 소송서 드러나
이건희(69) 삼성 회장이 지난 6월 “삼성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고 공개적으로 질책했던 이유는 방산업체인 삼성테크윈의 ‘조직적인 성능 조작’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당시 해고된 삼성 임원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드러났다. 특히 이 임원이 사업부장으로 있던 삼성테크윈의 파워시스템사업부는 줄곧 공군과 해군에 항공기 엔진과 선박용 터보 압축기 등을 생산·납품하던 곳이어서, 성능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질타 이후 삼성의 대량 징계 과정에서 해고된 삼성테크윈 전 파워시스템사업부장 이정훈(53) 전무는 삼성테크윈과 삼성그룹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등을 상대로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해고무효 확인 등’ 소송을 냈다.
여기서 드러난 이 전 전무의 징계 사유 등을 종합하면, 삼성테크윈은 수주를 위해 ‘조작된’ 시험성적서를 고객에게 제시했는데, 그 대상은 2008년과 2009년 판매제품의 60%에 달했다. 구체적으론, 개발부서가 기계의 핵심 성능인 유량과 파워를 부풀려 고객에게 보여주고, 출하검사 때는 미리 입력해둔 허위 데이터가 출력되도록 성능계측기를 조작해 품질이 높은 것처럼 속였다.
이 전 전무는 그룹 미래전략실이 자신의 업무수행을 왜곡해 일방적으로 해고한 만큼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 1억원과 급여와 연차수당, 상여·수익분배금 등 모두 7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소장을 받아보고 내용을 검토한 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황춘화 김재섭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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