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낮 도심인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앞 사거리에 지주를 이용한 대형광고판이 들어서 있다. 이들 광고판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조망권 침해는 물론 밝은 조명으로 인한 생활불편을 끼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08년 시행령 개정뒤 홍보탑 매년 크게 늘어
3년새 383억원 수익…주민들 “조명공해” 민원
3년새 383억원 수익…주민들 “조명공해” 민원
지난 5월15일 오전 7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ㄹ아파트 주민 100여명이 거리시위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느닷없이 이 아파트 도로변에 세워진 높이 25m, 가로 18m, 세로 8m의 대형 광고판(지주이용간판) 때문이었다. 광고판은 한강이 보이는 이 아파트 5~9층의 전망을 고스란히 가로막았다. 관할 영등포구청은 주민들에게 “정부에서 세운 광고판이라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 부녀회장 전아무개씨는 “주민들과 아무런 논의도 없이 전망을 가리고 조명 공해를 일으키는 광고탑을 정부가 나서서 설치했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황당해했다. 주민들의 거리시위 뒤 이 광고탑은 윗부분만 철거된 상태다.
ㄹ아파트처럼 주거지 인근에 정부가 광고판 설치를 허용하면서 조망권·조명 피해 등의 문제로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ㅆ빌라 주민들은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 광고물 철거 및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서울 강서구 개화동의 주택가 주민들도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광고판으로 인한 생활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의 민원 대상이 된 광고판을 정부가 허용한 것은 2008년 7월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시행령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기존에 세웠던 홍보탑 등은 철거 대상이 됐지만, 정부가 허가하는 ‘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에 대해서는 특례 조항이 신설됐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구권대회, 2012 여수세계박람회,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지원한다는 명목이었다.
이에 따라 2009년 233개에 이어 지난해에도 227개의 광고판이 사업권을 승인받았다. 현재 서울 올림픽대로에 23개, 서울 서초구 인근 경부고속도로에 11개 등 모두 337개의 광고판이 설치 완료돼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기금조성용 옥외광고물’ 사업을 통해 2009년 115억여원, 지난해 168억여원, 올해는 상반기에 100억여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사업을 독점 운영하고 있는 한국지방재정공제회는 광고사업 시작 직전인 2008년에는 9억여원의 적자를 냈지만, 2009년에는 광고 수입 덕분에 9억여원 흑자를 냈다.
광고판으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이 급증하자, 정치권에서도 “광고 공해를 막아야 할 정부가 시행령까지 고쳐가며 무분별하게 돈벌이에 나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될 겨를도 없이 국무회의에서 바로 시행령을 고쳐 일부 국제행사를 지원하겠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광고사업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주민 불편은 물론 ‘쌈짓돈’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지방재정공제회 관계자는 “현재 주민 민원이 많아 광고물 몇 개는 철거했다”며 “모든 자금 운용은 법에 투명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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