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걸으면 사람의 인지능력이 향상되고 정서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과학적인 실험 결과가 나왔다.
16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신원섭 충북대 교수팀의 공동연구 결과를 보면, 20대 남녀 60명을 대상으로 숲길과 도심을 각각 걷게 한 뒤 검사해보니 인지능력은 20% 이상 향상되고 긴장감·우울감·분노 등의 감정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평균 나이 23살의 남녀 대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실험실에서 평상시의 인지능력과 정서 수준을 먼저 측정했다. 이후 무작위로 30명씩 숲길 걷기와 도심 걷기 집단으로 나눈 뒤 50분 동안 길을 걷고 나서 실험실로 돌아와 인지능력과 정서 수준을 다시 측정했다. 연구팀은 실험의 정확성을 위해 이런 실험을 일주일 뒤 한차례 거듭했다.
실험 결과, 숲길 걷기 집단의 인지능력은 평상시 37.03초에서 걷기 뒤 29.48초로 빨라졌으나, 도심 걷기 집단은 평상시(37.03초)보다 걷기 뒤 39.24초로 오히려 인지능력이 약간 감소됐다. 정서 상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긴장감은 평상시 7.48점이었지만 도심 걷기 집단은 9.17점으로 긴장감이 올라간 반면 숲길 걷기 집단은 3.38점으로 크게 떨어졌다. 우울감 또한 도심 집단(9.86점)에 견줘 숲길 집단(2.21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인지능력은 숫자와 도형 등을 지시대로 연결하고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선추적 검사’를 이용했고, 정서 수준은 긴장감과 우울감, 분노와 적대감, 피로감과 혼란 등 일시적이고 변하기 쉬운 정서와 감정 상태를 5점 척도로 65개 항목에 걸쳐 측정하는 ‘기분상태 척도’ 검사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숲길에서 경험하는 녹색, 빛, 소리, 공기 등 다양한 물리적 환경이 인간의 스트레스와 심리적 피로감을 감소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결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 인용논문 색인(SCI)급 산림 분야 전문학술지인 <스칸디나비안 저널 오브 포리스트 리서치>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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