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음악파일 ‘내일은…’ 청소년유해물 취소판결
“음주 조장한다고 볼 수 없어…창작자유 보장돼야”
“음주 조장한다고 볼 수 없어…창작자유 보장돼야”
‘술’ 관련 문구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대중가요에 청소년유해물 ‘딱지’를 붙이던 여성가족부의 결정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안철상)는 25일 연예기획사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가 “가사에 술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소속 그룹 ‘에스엠 더 발라드’의 음악파일인 ‘내일은…’을 청소년유해물로 지정한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성가족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술(주류)은 청소년유해물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술’ 또는 ‘술에 취해’라는 문구가 음악파일에 포함돼 있다고 해서 술을 마시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을 유발하고, 결국 음주를 조장한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며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 고시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오히려 오래전부터 문학작품이나 대중문화예술에서 작가는 ‘술을 마시는 내용’을 작품에 포함시켜 인간의 복잡한 내면 감정을 외부에 드러냄으로써 작품의 예술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대중음악에서 창작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에서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의 판결문을 보면, 여성가족부는 강박적으로 유해매체물을 결정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지난 1월18일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내일은…’의 유해성을 심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11명의 위원 중 10명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위원들은 “술에 취하는 것 자체가 유해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다”, “현실을 도피하려고 술을 마시는 건 유해하다”, “제작자가 술에 대한 유해성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눈 뒤 10명 전원의 찬성으로 ‘내일은…’을 유해물로 판단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도 여성가족부는 “문제의 노랫말인 ‘술에 취해 널 그리지 않게’라는 소절은, ‘술을 마시면 취하고, 취하면 떠나간 사람이 더욱 그리워지며, 술에 취해 잠들면 떠나간 사람이 돌아오는 꿈을 꾸어 꿈에서나마 떠나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식으로 술의 ‘효능’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여성가족부와 달랐다. 법원은 “‘내일은…’의 노랫말은 술의 효능이 아닌, 연인과 헤어진 후의 괴로운 감정과 연인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표현에 불과하다”며 “술의 효능이나 제조방법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청소년유해물에 대한 법원과 여성가족부의 판단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남에 따라 비슷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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