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유사사건 재발 방지·명예회복 위해 필요”
과거 ‘간첩조작’ 사건에 가담한 중앙정보부 담당수사관의 이름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하종대)는 1960년대 말 이중간첩으로 몰려 처형된 이수근씨의 처조카 배경옥(73)씨가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수근 사건’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던 이씨가 귀순한 뒤 이중간첩으로 몰려 1969년 처형된 사건이다. 당시 배씨는 이씨를 도운 혐의 등으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한 바 있다. 법원은 2008년 이들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으며, 배씨는 지난해 9월 국정원에 “중정 요원들이 1969년 압수한 사진 및 금품 정보와 당시 중정이 작성한 사건 의견서 일부를 공개해 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국정원은 그 다음달 사건 관련 자료 일부를 공개했으나, 담당수사관의 성명은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배씨는 이에 국정원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올해 3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건의 전모를 명확히 해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거나 이씨와 유가족이 명예회복을 하기 위해서라도 정보의 공개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정보공개법상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비공개대상 정보에서 제외되므로 의견서에 기재된 담당수사관의 성명은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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